“생명나눔 통해 십자가 의미 깊이 깨달아”
주변 반대 불구 간 60% 이식, 꺼져가는 생명 되살려

▲ 간을 기증한 이승호 목사(사진 왼쪽, 충주 신성교회)가 수혜자 최병선 목사(대전 한사랑감리교회)를 무균실 앞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다. 최목사는 이날 감사 인사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조금 나눴습니다. 분명 수술은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내 생명을 나눠 누군가를 살렸다는 기쁨에 비하면 크지 않았습니다. 생명나눔을 통해 예수 십자가의 의미를 더 깊게 깨닫게 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충주 신성교회 이승호 목사(48세·사진 왼쪽)가 자신의 간을 60%나 떼어내어 타 교단 목사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려 화제다. 이 목사의 고귀한 생명나눔은 피붙이도 아닌 타인을 위한 순수기증으로 진행되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승호 목사는 지난 11월 9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장기기증을 위한 간 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혜자는 간경화로 12년 간이식 수술을 한 바 있는 최병선 목사(55세·대전 한사랑감리교회, 사진 오른쪽)였다. 최 목사는 수술이후 기적같은 새 삶을 경험하며 목회에 매진하다 다시 상태가 나빠져 간이식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승호 목사는 생명나눔을 실천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믿고, 최 목사에게 전화해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사실 이승호 목사는 올해 초 신성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던 전길수 선교사(스리랑카)의 딸에게 간이식을 해줄 계획이었다. 전 선교사의 셋째 딸은 생후 2개월만에 담도폐쇄증으로 큰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간이식만이 살길이라는 진단을 받아 자신이 기증자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아이가 너무 어려서 성인남성의 간을 이식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 목사의 간 기증은 불발되었다. 그러던 중 최병선 목사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이다.

이승호 목사는 “이것이 주님의 의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기도하다가 확신을 갖고 올해 7월 말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수술을 준비하며 수혜자 최 목사가 본 교단 위옥현 목사(양촌교회)의 처남인 것을 알게 되어 하나님의 섭리에 또 한번 놀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장기기증은 수술도 어려웠지만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우선 수혜자를 지명해서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장기매매가 아니라 순수기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만도 3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최종 승인을 받은 후에는 수술을 위해 뇌사자의 동맥기증을 기다리느라 또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4개월여가 흐른 후에야 이승호 목사는 수술대에 올랐다.

이 목사는 “수술 전에는 좀 떨리기도 했지만 큰 두려움은 없었다”면서 “그저 빨리 수술이 끝나서 최 목사님이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7시간 반의 대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이 목사의 몸과 마음에는 생명나눔의 고귀한 흔적이 남았다. 수술이후 통증이 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성도들과 교단의 많은 목회자들이 병실을 찾아와 위대한 결단을 실천한 이 목사를 위해 기도하며 힘이 되어 주었다.

이 목사는 “사실 수술을 결심하고 교회 성도들과 지인들에게 말했을 때 너나할 것 없이 모두들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평소 성도들에게 ‘나쁜 목사는 목회해도 아픈 목사는 목회 못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아파서 목회를 못하는 동료목사의 안타까움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승호 목사는 “생명을 나누고 나니 십자가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면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기도가 필요한데 이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님의 보혈의 능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수술후 최병선 목사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목사님의 헌신을 잊지 않고, 앞으로 열심히 목회하는 것으로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했다고 인사했다.

이승호 목사의 아름다운 생명나눔은 최병선 목사 한 사람의 목숨만을 살린 것이 아니다. 그 가족들을 살리고, 대전 한사랑감리교회 교인들의 믿음을 살렸다. 또 이 목사의 헌신을 목격한 성도들과 가족, 주변사람 모두의 마음속에도 새로운 희망과 도전, 비전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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