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사표(出師表)를 던진다고 하니… 제갈량은 위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떠나며 왕에게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역적을 치고 나라를 되살리는 일을 맡겨 주옵소서. 신은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이제 먼 길을 떠나거니와, 떠날 때를 즈음하여 표문(表文)을 올리려 하니 눈물이 솟아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대규모의 군대(師團)를 출동(出動)시켜 적을 치겠다는 뜻을 담아 임금에게 올린 글(表文)을 출사표(出師表)라고 한다. 

▨… 출마라는 말은 조선 후기(18~19C)에 중국의 송나라를 배경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소설 조웅전(傳)에 선봉장 강백이 명을 받고 번창(飜槍) 출마(出馬)하였다는 글에서 비롯되었다. “창을 휘두르며 말을 몰고 적을 향해 달려간다.”라는 이 말은 전쟁터로 나간다는 뜻이다. 출사표 또는 출마라는 말은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각오로 전장에 나간다는 군사용어다. 

▨… 교단 각 지방회를 마치면 교단 총회의 임원으로 헌신하고자 출사표를 던지고 출마하겠다는 분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물론 권력을 잡으려는 세속의 정치판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전쟁과 같으니 그런 살벌한 표현을 사용하겠지만, 교단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헌신할 지도자라면 진영(陣營) 논리와 적대감을 부추기는 전투적 언어를 버려야 하지 않을까.

▨… 한나라 때 지역의 군수가 “현량방정(賢良方程)하고 효렴(孝廉)한” 사람을 관리 후보로 천거(薦擧)하면 그들 가운데 더 많은 지지(支持)를 받은 이를 가려 뽑아(選出) 세워주는 일을 선거(選擧)라고 하였다. 로마 시대에 성인 남자들이 관직에 나갈 때 걸치는 흰색의 옷(toga)을 가리켜 칸디다투스(candidatus)라 하였다. 정직하고 청렴함에서 오는 권위를 상징하는 옷이었기에 영어의 후보(候補) 또는 응시자(應試者)를 뜻하는 말(candidate)의 어원이 되었다. 

▨… 선거에 임하는 후보는 자신의 깨끗한 삶과 능력을 인정해 줄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릴 뿐, 선택을 받지 못해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교단의 임원은 조직의 우두머리도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자도 아니다. 죽어도, 살아도, 운명을 같이할 공동체의 지도자로 선택되면 군림하기보다는 섬겨야 하는 봉사자다. 제발,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도 하지 말자. 깨끗한 옷을 입고 입후보하여 선택을 기다리자. 예수께서는 말을 타지(出馬) 않고, 나귀를 타시지(出驢)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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