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한 한국인 선교사를 체포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측은 그에게 ‘간첩혐의’를 씌우고 있으나, 실상은 러-우 전쟁을 계기로 악화된 한-러 관계 속에서 그를 하나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첫째로 백 선교사가 그간 펼쳐 온 사역이 인도적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백 선교사는 국내 한 교단 신학대를 졸업한 후 2009년부터 중국에서 사역하다 2020년 러시아로 넘어가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을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로 러시아 내에 있는 북한 벌목공들과 탈북민들에게 쌀, 의약품, 의류 품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인도적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그에게 무려 ‘간첩협의’를 씌운 것이다. 이전까지는 탈북민을 도왔다 하더라도 경고하거나 추방하는 수준이었었기에, 이번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다.

둘째 러시아는 정교회 신자가 다수이며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이다. 러시아가 선교사를 간첩혐의로 체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셋째는 러시아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근 전쟁과 여러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예민해진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행태는 대국답지 못하다.

러시아 당국은 부디 인도적 활동을 펼치던 선교사를 박해하는 이 같은 반인권적·반인류적 행태, 그리고 또한 우크라이나를 향한 침략을 멈추길 바란다. 그리하여 백 선교사를 속히 석방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자유와 생존권을 보장하며, 세계 평화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러시아 현지에는 백 선교사와 비슷한 성격의 인도적 활동을 펼치는 선교사들이나 NGO단체 관계자들이 매우 많기에, 이들 또한 언제든 그와 같은 무고한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처지다. 어쩌면 이번 일은 거대한 박해의 한 시발점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이 일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은 억울하게 억류된 자국민들에 대해 보다 더 관심을 갖고 그들의 안전과 석방을 촉구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는 선교사들을 비롯해 많은 납북자들이 억류돼 지금도 생사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특히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 10월 8일 평양에서 밀입북 혐의로 돌연 체포당했다. 한국기독교침례회 소속 목사인 그는 2007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북한 주민 쉼터와 국수공장 운영으로 대북 선교와 인도적 지원사업을 병행해 오다 체포돼 2014년 5월 30일 국가전복음모죄와 반국가선전선동죄 등의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김정욱 선교사 외에도 북한 주민들을 돕던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김원호·고현철·함진우 선교사 등 3명은 2016년에 각각 억류됐으며, 소재와 생사 유무가 아무도 확인되지 못했다. 평생 장애인들과 탈북자들을 위해 헌신해 왔던 김동식 목사도 지난 2000년 1월 16일 옌지교회 인근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계는 이런 불의한 사건에 침묵하면 안 된다. 이 선교사들과 사역자들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왜 표적이 됐고 피살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래서 이 같은 사태가 절대 재발되지 않도록 강하게 항의하고, 국제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 선교사들의 위기 관리를 위한 체계적 교육과 인프라 조성도 필요하다. 선교대국으로서 보다 다양하고 발전된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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