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고난의 현장 찾은 교회협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 위해 기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안산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예배’를 드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안산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예배’를 드렸다.

“아버지의 휴대폰에 ‘내 심장’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4대 독자, 작사 작곡을 잘하는 남현철 님, 부르면 언제나 한 번에 ‘네 엄마’하고 달려오는 착하고 멋진 아들, 피곤한 엄마를 대신해 요리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최정수 님, 늦은 밤 어머니가 퇴근해서 오시면 꼼꼼하게 안마해 드리는 엄마의 영원한 보디가드,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정원석 님, 손재주가 좋고 재봉틀을 잘 다뤄서 자기 옷은 물론이고 친구들 옷도 고쳐주는 ‘금구모 반장’ 이해주 님…”

불러도 대답 없는 그 이름, 한없이 그립기만 한 이름들이 하나둘 호명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종생 목사, 이하 교회협)가 부활주일을 앞두고 성금요일인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안산 4.16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예배’를 드리는 가운데 원용철 목사(교회협 정의평화위원장)가 3월에 생일을 맞이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현장 증언 중인 ‘은정엄마’ 박정화 씨.
현장 증언 중인 ‘은정엄마’ 박정화 씨.

안산 단원고 2학년 9반 ‘은정엄마’ 박정화 씨는 “지금도 사람은 계속 죽어 나가고 있는데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이 사회, 저희는 이 부분에 정말 숨이 턱 막히고 절망한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겠나. 아니다, 포기할 수 없다”며 “304명의 꿈과 삶을 앗아가 버린 이 참사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야겠다. 그날의 참담함을 목격한 우리는 피해자로서 또 목격자로서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서 안전 사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지난 10년의 행보는 우리 사회에서 외면당해 온 재난 참사 피해자들에게도 권리가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고 했다.

박 씨는 “신약성경에도 상위층 종교 지도자들은 거룩한 옷을 입고 예루살렘에서 종교 행사에 매몰되어 있을 때,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동네 갈릴리에서 어부들과 동고동락하며 삶을 나누었던 것처럼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고통에 함께 연대해 주고 기도해 주시는 여러분이 계셔서 저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부활주일을 앞두고 안산을 찾아와 준 교회협 관계자들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해주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현장 증언을 마무리하면서 365일 중 단 하루라도 2014년 4월 16일에 희생당한 아이들을 기억해줄 것을 호소했다.

“4월 16일 억울하게 희생된 단원고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또 기도해 주세요. 자식을 떠나보내고 아픔과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부모님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함께해 주세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목소리를 보태주세요. 아픔과 슬픔은 부모들이 안고 갈 테니 여러분들은 함께 연대해 주시고 함께 발맞추어 걸어주세요.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또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요.”

박 씨는 “생명안전공원 조속히 건립되도록,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조속히 착공될 수 있도록 꼭 기도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며 “여기 모인 모든 분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보호하심인 영원히 머물기 소망한다”고 했다.

교회협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예배에 함께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교회협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예배에 함께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이날 고난의 현장예배에는 송바우나 안산시의장을 비롯해 조용대 안산 단원구청장, 이자영 안산시 세월호참사수습지원단장이 참석해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4.16 생명안전공원의 조속한 건립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송바우나 의장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10년이 흘렀다. 10주기가 되었지만 ‘우리 사회가 10년 전보다 안전한 사회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음에 참담한 마음을 느낀다”며 “앞으로 이곳 4.16 생명안전공원은 희생자들을 추억하고 추모하고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희망과 약속의 공간이 될 것이다. 차질 없이 건립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김종생 총무도 “생명안전공원은 희생되신 분들의 삶과 꿈을 기억하는 기억의 공간이다. 이곳은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뒷전으로 밀어놓았던 우리의 무심함과 무지를 성찰하는 회개의 장소가 되고,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도하며 힘쓰겠다는 다짐의 증표”라며 교회협과 9개 회원 교단이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예배 참석자들은 ‘2024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 그리스도인 공동의 다짐’을 발표하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4.16 생명안전공원이 보다 안전한 세상을 이루는 일에 귀히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한국교회도 함께 마음을 모으겠다”며 “고난의 현장 세월호참사 10주기는 기억과 추모의 끝이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우리의 연대이며 동행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협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예배를 마치고 교회협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의실로 이동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교회협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전상건 목사)는 유가족협의회에 헌금을 전달했다.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메이라라도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았는데, 오늘 예배가 큰 힘이 됐다”며 “교단장님들이 기독교의 어른들로서 함께해 주시고 힘을 실어주셔서 올해는 꼭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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