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리고가 더 견고하다

일곱째 날 새벽에 그들이 일찍이 일어나서 전과 같은 방식으로 그 성을 일곱 번 도니 그 성을 일곱 번 돌기는 그 날뿐이었더라 일곱 번째에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 때에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이르되 외치라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 성을 주셨느니라 (수 6:15,16)

일부러 깨우지 않았어도 모두가 새벽부터 일어나 행진을 준비했다. 오늘은 드디어 마지막 일곱 번째 날, 지난 엿새 동안 백성들로 하여금 열을 지어 여리고성 주위를 하루 한 차례씩 돌게 했어. 하루 이틀은 괜찮았지만 사흘, 나흘이 지나도 여리고성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한 사람 두 사람 백성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조금씩 짙어져 갔지.

가나안 땅을 정복하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전투였다. 그러나 여리고성은 너무 견고했고, 백성들은 성을 함락시키는데 필요한 아무런 군사 훈련도 되어 있지 않았지. 나 자신 조차도 전투 경험이 부족했고, 성을 차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도 없었어. 다만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원칙이 있었을 뿐이야.

비록 전투 경험이 부족한 지휘관이었지만 그런 내게도 하나님의 원칙은 다소 엉성해 보였어. 성을 공격하는 대신 성 주위를 그냥 돌기만 하는 것이 과연 성을 함락시키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 그런 의문도 한 순간 일었지만 난 하나님의 계획 보다는 하나님 그분을 신뢰했기에 그분의 원칙을 따랐던 거야.

백성들은 나와 달랐다. 내 지시를 따라 성 주위를 매일 돌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심과 불안의 기운이 백성들 사이에서 조금씩 퍼져나갔지. 드물기는 했지만 어떤 백성은 내게 직접 찾아와 하나님이 보여주신 원칙에 대한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어. 하나님을 끝까지 신뢰해야 한다는 말로 백성들을 격려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지.

오늘은 지난 엿새와는 달리 성 주위를 일곱 바퀴를 돌 것이다. 그리고 제사장들이 양각 나팔을 부는 순간 온 백성과 함께 함성을 지를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대로라면 그 함성과 함께 여리고성은 무너져 내리고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제 백성들 앞에 군장을 갖춰 입고 나서 출발 명령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다. 명령을 내리기 전, 내 앞에 열을 지어 선 백성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긴장한 모습들이 역력하다. 그러나 그 긴장 속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도 감추어져 있지. 그렇게 그들은 내 입에서 명령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여리고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 “저 거대하고 단단한 성보다 하나님은 더 크고 위대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여전히 기대와 불안 속에서 긴장하고 있지만 저는 하나님의 승리의 약속을 신뢰합니다. 오늘 그 신뢰가 승리하는 것을 보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간다. ‘하나님께서 나와 백성들로 하여금 아무 말 없이 성 주위를 돌게만 하신 것은 눈앞에 있는 여리고성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우리 안에 있는 불신의 여리고성이 무너지도록 하시기 위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내 안에 있는 여리고성이 더 견고한 것은 아닐까?’, ‘이것이 무너져야 저 성도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승리는 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성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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