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기를 공부합시다!”

"… ‘대한민국아 나서라' 하고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예' 하고 나설 자가 누구요? 지금 예수교인이 얼마나 되나요?/ 전 세계를 다 치면 각 교파를 합해서 수억이 된다고 합니다./ 이 수억은 최초에 몇 사람으로 시작되었소?/ 예수 한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기독교회라는 단체 없이 기독교가 1900여 년이나 내려오고, 또 이만큼 많은 신자를 가지고 이만큼 큰 사업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없었겠습니다./ 사랑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 공부가 되겠소?/ 예수께서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위하여 기도하라 하셨으니, 누구나 다 사랑하기를 힘쓰는 것이 사랑공부인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이 흥사단(興士團)에 입단하려는 한 젊은이와 나누었던 입단문답의 일부이다. 흥사단은 도산이 1913년 5월에 미국에서 재조직한 민족운동단체였다. 흥사단의 국내지원단체로는 대한인국민회, 수양동맹회, 동우구락부, 수양동우회 등이 있었고, 그 바탕에는 기독교 정신이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흥사단 단원(團員) 주요한은 이렇게 증언한다. “그가 흥사단을 창립하고 규칙을 정할 때에, 문답식과 입단식·서약례 등을 행하게 하고, 모일 때에 노래를 부르도록 한 것 등은 기독교의 의식에서 본뜬 것이 분명하다. 도산이 사랑의 세계를 말하고, 자유 인권을 존중하며, 동포간의 무저항주의를 주장한 것 등은 기독교 사상의 영향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도산의 면모를 무장독립운동의 ‘투사'로 조명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도산의 민족운동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도산은 기독교적 사랑의 실체와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그 사랑의 실천을 위해 헌신했던 민족의 선각자이며, 언행일치의 본을 보여주고자 했던 참된 지도자였다.

도산은 언더우드학당에서 자신의 죄인 됨과 예수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깨닫는 등 참된 기독교적 회심도 경험했다. 이후 열심히 전도했고, 강서군의 탄포리교회와 평양의 판동교회 등을 세웠다. 대성학교 교장 시절에는 성경연구회를 조직하여 전덕기, 게일 목사 등을 초청하여 설교를 듣기도 했고, 또한 친히 설교하기도 했다.

도산은 기독교가 민족의 희망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즉 만가지 죄악은 사랑하지 않는데서 생긴다는 것이다. 도산은 “우리 2천만 동포가 모두 손에 신약전서를 한 권씩을 가지는 날에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물론 도산이 염두에 두었던 것은 허울만 그럴듯한 모양새가 아니라 사랑의 실천을 담은 기독교였다. 그러기에 도산은 나라를 위하여 밤새 근심하고 회개하면서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도산은 기독교의 근간을 사랑이라고 했다. 예수께서 주신 새 계명이 사랑이며, 신약성경의 처음부터 계시록 마지막까지 전권의 골자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도산은 “만 가지 고생의 근원은 죄악"이며, "모든 죄악의 골자는 불애(不愛)"라고 했다. 도산은 “우리를 통하여 구원을 받을 세상이 도리어 우리의 추태를 보고 웃음거리로 삼는 것"도, 곧 “사랑이 없는 까닭"이라고 역설했다.

그래서 도산은 너도 나도 사랑을 공부하자고 간곡히 호소했다. “… 민족의 각자에게 이러한 사랑이 있는 이상 모든 사상과 의견의 대립은 도움이 될지언정 병근(病根)은 되지 아니할 것입니다. 너도 사랑을 공부하고 나도 사랑을 공부합시다. 남자도, 여자도, 우리 2천만이 다 서로 사랑하기를 공부합시다. 그래서 2천만 한국인은 서로 사랑하는 민족이 됩시다. 서로 사랑하면 살고 서로 싸우면 죽는 것이오."

최근 한국교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 가운데 하나가 유유상종(類類相從)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지도층으로 갈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심하고, 그 틈새는 바늘구멍보다 작은 것처럼 보인다. 역사는 혈연·학연·지연에 따른 이합집산의 실체가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런 모양새에서 자유로운 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교회의 양상처럼, 거기에 함몰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라인과 코드를 세우고 찾아다니는 사람들이여, 예수님의 라인과 코드가 사랑인 것을 정녕 모르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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