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북 인도적 지원 새 출구 모색
제3국 통한 우회지원 고려 … 북 수해 대비도 필요

이명박 정부 시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새 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경색국면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지원도 사실상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의 개성공단 재개 논의 등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어 대북지원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북경색 장기화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간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이 전면 중단된 이른 바 5.24조치는 한국교회 대북지원 사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도 넉 달이 지났지만 지난 5년간 경색된 남북관계는 아직도 양측의 기싸움으로 인해 팽팽한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집권기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다른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도 개성공단 재개 논의를 제의해 오는 등 최근 남한 정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어 남북관계가 오랜만에 화해무드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회의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남북경색 국면이 맞물리며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모금액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월드비전(회장 양호승)의 경우, 북한의 농업개발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추진되어온 씨감자 사업이 현재 중단된 상태다. 기아대책(회장 정정섭) 또한 북한의 핵실험 등 악재가 터지면서 30∼40억 규모의 대북지원 사업이 현재 전면 보류되고 있다.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총재 손인웅 목사)도 지난 2011년 1억 2천만 원 상당의 결핵약(3천명 분)을 지원하려다 통일부 승인을 얻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

대북지원 단체들도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보니 한국교회를 대상으로 모금을 할 수 없고 정부 지원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마디로 고사상태다.

남북경색 국면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종교계의 목소리는 비록 간헐적이지만 대북지원을 가능케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는 중국의 긴급구호 NGO 애덕기금회를 통해 지난해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밀가루 300여톤(2억 원 상당)을 지원한 바 있다. 또 민족사랑나눔(회장 이수영 목사)은 지난해 2억2000만원 상당의 생약성분의 기관지 관련 의약품을 북측에 전달했으며 유진벨재단(회장 스티브린턴)도 한국교회의 모금으로 결핵약 보내기운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기아대책(회장 정정섭)도 지난해 9월 6억 원 상당의 의류와 신발을 수해를 당한 황해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지원은 사실 북한의 식량난·물자 해소에 큰 도움은 안 되고 있다. 최근  남북한 간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대북지원도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정치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대북지원 새 출구는?
현재로서는 제3국을 경유한 우회지원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교회협은 이미 중국의 애덕기금회를 통해 2차례 북에 밀가루를 보냈는데 이후에도 통일부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비슷한 경로로 대북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모금액이 목표치에 도달하면 가을이나 연말쯤 다시 중국을 경유한 대북지원을 시도할 예정이다.

결핵제로운동본부도 2년 전 보낼 계획이던 결핵약의 북 반출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현재 제3국을 경유하는 지원을 고민 중이다. 특히 약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약 효능이 현저히 떨어져 하루 빨리 보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들도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으면 내성이 생겨 나중에 약을 먹어도 듣지 않게 된다.

결핵제로운동본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NGO에 결핵약을 기증형태로 보내고 이곳에서 다시 절차를 거쳐 북한에 약을 보내는 방안이 현재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매년 북한이 태풍피해와 수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기아대책 대북사업 전담부서인 ‘섬김’의 한명삼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박근혜 정부가 다시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해복구 등 대북지원에 대한 명분만 확실하다면 인도적 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민간단체들도 올해 여름에도 북한에 태풍·수해 등 자연재해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인도적 지원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 태풍·수해 복구지원으로 물꼬를 트고 이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까지 이루어진다면 한국교회의 대북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민간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해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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