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해설
예수비유 참 뜻 찾기 … 영성적 실천적 접근 눈길

우리나라의 종교 인구는 전 국민의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시대는 세상이 종교와 종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김경집 전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시공사)에서 이러한 종교, 특히 50% 이상의 종교인이 믿는 그리스도교에 대하여 통렬하게 성찰하여 바람직한 종교적 가르침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게 한 근본적 이유를 근본주의와 교조주의에 대한 집착, 지나친 성직자 중심 교회, 여전한 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찾고 있으며 성경 중 핵심 내용인 예수의 가르침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살펴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독교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무조건적 텍스트 추종을 넘어 밝은 눈으로 그 참뜻을 찾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 쌓아 온 신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예수 탄생부터 오병이어의 기적까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복음서의 비유를 문맥과 상황을 통해 재구성하고 오늘 우리에게 타당한 해석으로 내어놓는다. 편협하거나 ‘일단 믿는’ 방식이 아니라 ‘영성적 성찰과 실천적 해석’을 근거로 합리적인 믿음을 끌어낸다. 그는 “복음서를 읽어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교회 지도자들이 지나치게 편협하고, 잘못된 도그마에 의존해, 또한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복음서를 가르쳤음을 분명히 느끼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예수의 비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너른 시야와 근거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묵상하고 성찰한 예수 탄생 이야기, 부자와 가난한 과부의 헌금, 포도밭 일꾼과 품삯, 예수의 성전청소 사건, 오병이어의 기적, 사마리아인 이야기 등을 읽어가며 우리가 설교나 성경공부에서 배운 내용과 비교하다보면 폭 넓은 저자의 이해에 놀라게 된다. 무엇보다 성서의 본문 내용을 현재의 상황과 대비하여 살피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은 폭 넓은 성서이해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자의 형제자매 6남매 중 절반은 가톨릭 신자고 다른 절반은 개신교 신자다. 이러한 그의 가정환경은 그에게 종교적 포용성을 갖게 했고, 그런 점에서 이번 저서는 포용성에 바탕을 둔 폭 넓은 인문학적 사고의 결실이라 할만하다. 사실 저자의 성서 해석과 성찰적 접근은 이미 많은 목회자들의 성서 이해에 활용되고 있고 말씀 선포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처럼 ‘근본주의와 교조주의에 대한 지나친 집착, 지나치게 성직자 중심적인 교회, 서구 중심적 사고 등으로 인해 설교 현장에서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예수님의 비유를 문자 그대로, 협소하게 이해하고 설교하는 목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설픈 논리와 비논리적 비약으로 마음대로 해석한다면 오히려 성서의 말씀을 왜곡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서의 말씀을 더욱 깊게 생각하고 묵상하고 받아들이며 설교말씀으로 녹여내야 함을 오늘을 사는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김경집/시공사/368쪽/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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