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 설교

철학자 헤겔의 변증법적 사고를 설교의 패턴에 적용한 정반합 설교는 성경을 중심으로 명제를 추출한 뒤 이것을 청중의 실제적 삶의 경험 혹은 실존적 상황과 대치시키는 것으로 대립과 대치 논쟁이 핵심적 성격이다.

청중에 대한 반응을 설교 안에 논쟁의 방식을 통해 수용함으로 설교의 대화적 성격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헤겔의 논리 체계를 따라 명제-반명제-합명제라는 세 개의 주요 부분으로 이루어지며, 각 부분은 변증법적인 움직임을 구성한다.

명제란 다루려고 하는 하나님, 성경, 그리고 세계의 측면을 해석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설교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의미한다. 명제는 가급적 성경본문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며 합명제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명제에 대한 세심한 설명보다는 명제에 대한 선언적 주장과 진술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명제는 명제에 대해 대립하는 것으로 명제에 대한 신학적 문제점, 상식적인 수용의 어려움 혹은 명제의 불가능성 등을 제기한다. 즉 명제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메시지에 대한 반대, 이의와 의혹 제기를 통해 논쟁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강한 대립의 경우 반명제는 명제에 대한 상응으로 명제에 대한 반대 주장을 제기하지만 유순한 경우에는 명제의 부적합성을 제기하든지 혹은 명제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때 반명제는 당연히 잘못되었다는 인상보다는 회중이 수용할 수 있는 자체의 정당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합명제는 반명제에 대한 거부로서 명제가 옳다는 사실을 정당화하고 반명제에 의해 제기된 의문에 대해 해답 혹은 명제에 대한 자세한 설명, 접근 방법, 타당한 이유 등을 다루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 움직임은 명제로부터 시작해 반명제 그리고 합명제의 순으로 진행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명제-명제-합명제의 순서로 구성할 수도 있다. 이 설교방식은 말 그대로 명제와 반명제를 중심으로 논쟁적 대립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설교자는 본문에서 명제와 반명제를 추출하여 그것을 중심으로 설교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성경본문이 이 방식의 설교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어떤 본문은 그 자체로 정과 반을 갖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본문은 정명제만을 갖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설교자는 반명제를 스스로 설정하여 정명제와 대립시켜야 한다.

주의할 것은 반명제가 도덕과 윤리 그리고 상식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사랑하라’는 요1서 4장을 본문으로 할 경우 반명제를 ‘미워하라’로 설정한다면 이것은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과 반의 대립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 방식은 인간 경험과 기독교의 전통이 상호간 갈등을 빚는 경우나 다루려는 주제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 유리하다. 특히 도시교회의 식자층 청중들이라든지 한참 비판적 사고에 민감한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주의할 것은 기독교가 은혜의 종교임에 반해 이 방식은 비판적인 안목을 길러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명제 대신 반명제가 청중들에게 더 설득력을 갖는다면 이것은 설교의 실패를 의미하기에 설교자는 특단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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