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나이는 신앙적인 나이와 과학적인 나이가 다르다. 신앙적 입장에서 지구 나이는 6,000년이라고 믿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였으나 국회로부터 부적격이란 판정을 받은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청문회 자리에서 밝힌 말이다. 이 말이 장관 부적격자라는 판정의 결정적 빌미가 된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낙마시키고 조롱하기 위한 꼬투리로 삼기도 했다.

▨… 어느 대학교수는 “내가 청문회장에서 발언한다면 박 후보자에게 지구의 나이를 질문 하겠다”면서 “지구가 6,0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을 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거나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을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라고 했다.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는 장관 한번 해보라는 바람에 나섰다가 졸지에 반지성적이고 비과학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리는 사태를 맞았다.

▨… 반지성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여론의 뭇매에 숨이 막혀버린 것일까. 박성진 교수를 옹호하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한국창조과학회를 비롯해서 국내의 기독교 근본주의 계열의 어디에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 박성진 교수의 ‘지구의 신앙적 나이와 과학적 나이’를 구분하는 발상법이 비신앙적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박 교수의 이해가 비기독교적이라면 한국교계나 신학계도 한마디쯤은 코멘트해야 하지 않았을까.

▨… 1950년대에 서울신대를 다녔던 신학생들은 누구나 ‘구약 4천년사’를 배웠다. 그것이 그때의 교단신학이었다. 그리고 구약 4천년은 가르치는 그 교수의 소신이었다. 놀라운 것은 배우는 학생들 가운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그것은 “세계를 창조된 것으로 보는 신학의 해석을 물리학을 비롯한 자연과학의 설명과 대립하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는 판단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 ‘빅뱅에서 팽창하는 우주로’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교황 비오12세는 그 가설이 창조론을 닮았기에 하나님의 존재를 그 이론으로 증명할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신을 종교라는 한 영역에, 생물학이나 물리학을 자연이라는 다른 영역에 묶어두고 지구의 신앙적 나이 타령만 하려든다면 머지않아 자연과학이 이 시대의 만민종교로 등장하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 ‘지구나이 6천년’에 대한 조롱이 그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아니길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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