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교제하며 완주한 순례길

9월 4일 주일예배를 드린 후  출국하여 9월 6일 새벽 프랑스의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에 도착, 이후 27일만인 10월 2일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tela)대성당 광장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필자에게는 일행이 없다. 따라서 광장의 여기 저기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소리는 내 몫이 아니다. 어디선가부터 먼 까미노를 걸어 광장에 도착한 동료들을 환영하고 축하하는 외침이다.

순례길을 마친 순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뒤풀이를 한다. 어떤 이들은 광장의 바닥에 드러누워 긴 여정을 마감한다. 어떤 이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서로 부등켜안고 뛰며 좋아한다.

혹은 열심히 셀카를 찍어 그 감격을 남기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걷는 중에 주님과 교제하는 새벽 시간에 많은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다 이루었다는 기쁨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나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야고보 사도의 시신이 있는 산티아고가 아닌 그가 왔다는 무시아, 혹은 피스테라였기 때문이다.

나는 잠깐의 휴식 후 까미노협회의 사무실로 향한다. 까미노를 인정해주는 증서를 받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영적 목적을 가지고 걸었지만 인정받고 싶은 것은 모두의 욕망이다. 무려 1시간 35분의 긴 기다림 끝에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마쳤다는 내 이름이 적힌 증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추가로 돈을 지불하고 내가 걸은 거리에 대한 확인서까지 손에 넣었다. 순례를 마친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옵션으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거리 확인서를 구입한다. 그만큼 자신이 한 일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리라.

산티아고에 도착한 사람들이 광장에서 성취감을 즐기고 있는 때에 나는 알베르게를 찾아나섰다. 성당 근처의 알베르게는 이미 다 찼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산티아고에서 가장 크다는 세미나리오 메노르(Albergue Seminario Menor)를 찾아 나섰다.

물어물어 찾아간 알베르게는 다인실, 1인실 등이 있었다. 등록하는 곳에서 며칠 묵을 것인지를 묻는다. 지나온 알베르게와 다른 점이다. 까미노를 마쳤기 때문에 며칠 동안 더 머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1박을 선택했고, 다인실에 머무르기로 했다. 나는 아직 진행 중 이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한국인 부부는 산티아고에서 이틀 머문 후 피스테라로 갈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다 눌러앉아 포기하면?

다음 날 새벽 어김없이 까미노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이틀을 걸어 사도 시대 당시 ‘땅끝’으로 여겨졌던 피스테라(Fisterra)까지 갔고, 하루를 더 걸어 야고보 사도가 왔다고 알려진 무시아(Muxia)에 이르렀다. 무시아에서 나의 30일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마무리 되었다. 무시아의 해변가에는 야고보 기념교회가 있다. 그 앞에는 대서양의 수평선이 펼쳐져 있다. 나는 무시아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무시아 알베르게의 호스트는 “피스테라는 땅의 끝이고, 무시아는 길의 끝이다”고 하였다. 무시아의 바닷가에 앉아 대서양의 거친 파도를 바라본다. 야고보 사도가 왜 이곳까지 왔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대서양을 넘도록 등을 떠밀었을까? 바울 사도는 왜 그토록 서반아를 가려고 했을까? 그의 사역의 끝을 왜 서반아로 삼았을까?

주님과의 만남이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 그리고 그분의 부탁이 그들을 땅끝으로 향하도록 했다. 만약 그분들이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부활하신 주님과의 교제가 없었다면? 주님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주님과의 교제가 중요하다. 주님과의 지속적인 만남은 주님께 헌신하게 한다.

주님의 뜻을 깨닫고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게 한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대서양의 파도를 바라보며 야고보 사도와 나를 견주어 본다. 까미노를 마친 여유, 작은 항구도시 무시아의 아름다운 풍광이 나를 깊은 영적 풍요로움에로 인도한다.

무시아에서 이틀을 머문 후 다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탔다. 31일만에 처음으로 탄 버스다. 사흘을 걸었던 길을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도착한다. 별 생각없이 항상 곁에 있어 편리하게 활용했던 모든 요인들로 인해 감사한다. 산티아고로 돌아와 이전의 알베르게로 가서 1인실 방을 이틀 예약했다. 나도 까미노를 마쳤으니 여유를 누리기로 한 것이다. 대성당의 미사에도 참여하고 광장 바닥에 앉아 까미노를 마친 순례자의 기쁨을 맛본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물집 하나 생기지 않음, 베드 버그에 한 번 물리지 않음, 우비 한 번 쓰지 않은 좋은 날씨...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이 없다. 구름이 물러간 것도, 베드 버그가 접근하지 못한 것도, 물집도. 주님이 베푸신 은혜요, 성도들의 중보기도 덕이다. 감사, 또 감사!

‘목사가 걸은 까미노‘라는 제목으로 여섯 번에 걸쳐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을 걸은 소감을 연재했습니다. 결코 녹록지 않은 도전이었기에 책, 블로그, 싸이트 등을 통하여 많은 자료들을 수집, 분석하며 준비했습니다.

저는 그 길을 걸으며 주님과 더 깊이 교제하며 제 영혼과 사역에 회복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육체적인 도전을 통해 건강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얻자 했습니다.

주님의 도우심, 인도하심이 항상 함께 했습니다. 준비하고, 길을 걸으며 겪었던 일들, 느꼈던 은혜 등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정리했더니 거의 500쪽이 되었습니다. 이를 6회로 줄이니 횡설수설하였습니다. 기도하고 준비하여 도전하시어 주님과 교제하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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