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월 2일 중국 쓰촨성 성두시에서 어느 여인이 한 호텔의 6층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그 여인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빨리 뛰어내려!”라고 부추겼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부추기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사람들은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않으려 했다. 여인이 자살을 포기했을 때 사람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 스파르타의 공주 헬레네는 인간세계 최고의 미인이었다. 그녀를 얻기 위해라면 각 나라의 용사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할 각오였다. 그 분위기의 심상치 않음을 느낀 오디세우스가 모든 구혼자의 동의를 구하며 한 조건을 제안했다. “헬레네가 누구를 선택하든 원망하지 말고 헬레네의 남편으로 선택된 자가 해를 입을 경우에는 구혼자들 모두가 나서서 도와줄 것을 맹세하자”라고.

▨… 쓰촨성 성두시의 구경꾼들은 정신이 마비된 듯 이성적 판단을 외면해버렸다. 혼자일 때는 자살하려는 여인을 걱정하던 사람도 군중의 일원이 되었을 때는 ‘뛰어내려!’라고 외치는 야수로 돌변하고 있었다. 미케네의 메넬라오스를 선택한 헬레네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각국의 용사들은 오디세우스의 제안을 따라 약속했던 대로 군대를 끌고 메빌라오스를 위해 트로이로 달려갔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니코마코스윤리학에서 “인간이 이성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욕망의 노예가 되는 상태”를 일러 아크라시아(incontinence)라고 규정하였다. 현대윤리는 “자신이 결단해야할 최선의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이성) 이에 반하는 행동(욕망)을 하게 하는 것”으로 아크라시아를 이해한다. 나치친위대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생각없는 행동이 낳은 파괴적인 결과”에 전율하며 인간의 아크라시아를 고발했었다.

▨… 서울중앙지방회와 총회가 각각 변호사를 선임했다. 경비가 적잖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해야 정의가 구현되는지는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성결인들이 성두시의 구경꾼들이 되어가고, 십자가의 길을 간다면서  헬레네를 얻으려 했던 자들보다도 동료애가 없다고 해서야 말이 되는가. 이성의 명령 보다 더 지엄한 성령의 명령이 우리에게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원인이야 무엇이든 이 사태는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성령을 외면해서 빚어지는 아크라시아는 누가 뭐래도 비신앙적이다. 비성결교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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