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임원회에서 한교연과의 통합 결의
한교연, “정관합의 못할시 한기연과 통합 파기”

▲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합기관 통합논의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한기총 임원회
교계 연합기관의 통합 논의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최근 한교연과 한기총이 한기연을 배제한 통합 가능성을 서로 내비치면서부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지난 10월 12일 임원회를 열고 한교연과의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이날 임원들은 한교연과의 통합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추진위원 5명은 대표회장이 임명하며 한교연과 통합에 대해 논의하되 임원회에 보고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전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한교연과의 통합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기총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는 통합 대상 때문이다. 한기총이 연합기관 통합에 의미를 부여했다면 한교연이 아닌 한국기독교연합(대표회장 김선규 이성희 전명구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연)과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 이미 한교연은 8월 교단장 회의와 통합해 한기연이라는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기총이 한기연이 아닌 한교연을 통합 대상으로 결정한 것은 엄기호 대표회장이 주장했던 ‘한기총 중심의 통합’과 군소교단이 주를 이루고 있는 단체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통합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한기총이 교단장회의를 줄곧 배제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이 전 대표회장 및 회원교단 교단장·총무·법인이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기독교연합의 정관 완성을 촉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8월 16일 통합총회를 열었지만 양측이 정관을 합의하지 못하고 폐회했다”며 “(12월)총회에 앞서 양측 통합추진위원회가 조속히 모여 정관을 확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17일까지 본회와 교단장회의가 정관을 합의하지 못할 시 통합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덧붙였다.

8월 통합 후 지지부진하게 끌어왔던 정관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통합 자체를 원점으로 돌리겠다는 의미이다. 한 달여 남은 시간동안 정관을 합의하면 된다지만 법인 사용과 재정 문제, 직원 승계 등 실무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던 양 측에게는 촉박한 시간이다.

게다가 통합 선언 후에도 각자 활동하는 등 ‘한 지붕 두 체제’를 지속하면서 통합의 의미도 희미해졌다. 결국 통합 파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한교연이 한교총과의 통합을 파기하면 올해 한국교회의 가장 큰 과제였던 연합기관 통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경우에 따라 최근까지 추진되었던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기총은 명칭 유지를, 한교연은 직원 승계 등을 요구하는 논의가 실무자들간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한기총은 명분을, 한교연은 실리를 얻게 된다.

물론 한기연이 그대로 유지되고 한기총도 합류하는 방안과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 후 한기연과의 연합이라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미 지난 9월 3개 기관이 통합에 합의한다는 합의서에도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한교연과 한기총, 한기연이라는 3개 단체가 따로 난립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한기총이 통합 대상으로 한교연을 선택하고 한교연이 돌연 한기연과의 통합 파기의 뜻을 내비치면서 연합기관의 통합은 다시 오리무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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