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의 ‘큰언니’
지친 마음 위로하며 고민 상담·한국어통역 도와

“정말 저는 딱히 하는 게 없어요. 그저 말 상대해주고 관심 보여주는 게 다예요. 편견 없이 대하고, 뭐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뿐이에요.”

젊은 필리핀 여성들이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식사하는 테이블에 한국인 여성이 한 명 함께 있었다. 이은정 집사(동대전교회)였다. 겉모습은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 확실한데 분위기는 마치 친구처럼, 자매처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 이은정 집사(사진 왼쪽 첫번째)와 필리핀 이주여성 3명이 필리핀 목회자 초청 잔치 후 함께 설거지 봉사하는 모습.

지난 10월 13일 필리핀인들을 위한 작은 잔치가 동대전교회에서 열리자 이 집사는 만사를 제쳐두고 앞장서 손님맞이를 준비했다. 식당봉사팀이 따로 있지만 돌보고 있는 필리핀 여성들의 고향사람들이 온다니 열일 제쳐두고 식당 봉사를 자처한 것이다.

필리핀 여성들도 합세해 고향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식사 메뉴 선정은 필리핀 여성 카렌(47세) 씨와 마리안(27세) 씨가 도움을 주었다.

필리핀 결혼이주여성들은 평일이었지만 이날 교회로 찾아와 그리운 고국음식도 먹고,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만나 향수를 달랬다. 특히 초신자 마라(24세) 씨와 한국인 남편도 함께 와서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처음 교회에 와서 낯설어 하는 모습이었지만 이후 주일에도 교회에 와서 아내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이주여성 돌봄이 전도로 이어지고, 그 남편까지 교회에 나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은정 집사의 이주여성 돌봄은 카렌 씨와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가수로 활동하는 카렌 씨가 교회에서 특송을 하게 됐는데 그 반주를 이 집사가 맡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집사는 이후로도 카렌 씨에게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따로 전화도 하고 만나 얘기도 나누며 친분을 쌓았고 이것이 이 집사의 외국인여성 돌봄의 시작이 됐다.

이 집사는 “꼭 해외에 나가야만 선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국내에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우선 내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만이라도 섬기면 그게 가장 필요한 선교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집사는 카렌 씨의 이야기를 통해 이주여성들이 이단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서기 시작했다. 먼저 겉보기에 ‘교회’같은 이단집단에 속아 다니는 카렌 씨 주변의 외국인 여성에게 그곳이 잘못되었음을 알렸다. 또 다단계 등 잘못된 꾐에 빠지지 않도록 정확히 이해되지 않는 말은 언제든 친절히 알려주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꼭 우리 교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올바른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렌 씨의 사촌동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자신의 집에서 한 달간 머물게 해주고 일자리도 연결해주는 등 고국에 돌아갈 때까지 도움을 주었다.

카렌 씨는 “참 좋은 언니”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외국인이란 이유로 말을 심하게 하고 눈빛으로 차별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렇게 좋은 사람, 좋은 교회에 나오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 집사에 대한 카렌 씨의 신뢰는 필리핀 동포 전도로 이어졌다. 이 교회에는 ‘좋은 언니’가 있다며 마리안과 마라 씨를 전도해 데려온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집사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이주여성 등 6가정을 돌보고 있다.

이 집사는 “교회 안에서 누구든 해야 할 일이고, 어느 교회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조건 도움을 주려고만 하면 금방 지칠 수 있으니 이들이 스스로 잘 판단하고 신앙을 키워갈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다문화가정 사역이 추가됐지만 사실 이은정 집사는 동대전교회의 손꼽히는 열혈 일꾼이다. 현재 3부 예배와 저녁예배 오르간 반주를 맡고 있고, 수요일에는 드림찬양단 반주도 한다. 10년 넘게 중등부 교사로도 봉사하고 있다. 하는 일이 많아 항상 바쁜 이 집사의 활동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