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 신호탄 쏘아올려

종교개혁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던 사회를 깨웠다. 종교개혁 전의 사회는 종교가 정치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였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교황이 황제를 임면할 수 있으며, 황제는 교황이 위임해주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문에 있어서도 신학이 다른 학문들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종교개혁은 이전의 사회 구조를 부정하고 종교와 대중 사이의 평등을 주장했다. 루터는 저서 ‘그리스도인의 자유’에서 “그리스도인은 만물 가운데서 완전히 자유로운 주인이며 아무에게도 예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근대사회를 가능하게 했다. 또 대중들이 종교개혁가들이 번역한 자국어 성경을 읽게 되고 성경을 해석하게 되면서 교육 수준 또한 크게 신장되는 효과가 있었다.

‘만인제사장’사상 근대화 문 열어

루터가 주장한 종교개혁의 핵심내용은 ‘만인제사장’ 사상이다. 이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으므로 개개인은 가치 있는 존재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자리에 올라설 수 없고,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동일하다는 이 사상이 사회적인 지평에서 확장되어 성직자 뿐 아니라 모든 직업은 거룩하다는 ‘직업소명론’이 되었다.

루터의 ‘직업소명설’은 자본주의의 태동과 큰 관련이 있다. 루터는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곧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는 직업 노동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 밖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했다. 루터 뿐 아니라 칼뱅의 예정론 또한 개신교 성도들이 더욱 열심히 직업에 임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었다. 당시 개신교 성도들은 열심히 일해서 부를 이루고 성공하는 것을 현실에서 자신들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예정론에서 구원받았다는 징표를 얻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과 근면으로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직업소명설’자본주의 태동에 영향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는 이를 구체적인 자본주의로 나타냈다. 그는 저서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노동 자체를 가치 있게 보고 정직과 근면, 계획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쾌락과 즐거움은 지양하고 절약과 검소함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청교도적인 삶의 모습과 이어졌으며, 이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근대 자본주의로 연결됐다.

구습에 저항, 민주주의 가능케
또 종교개혁은 근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다. 루터를 위시한 종교개혁자들이 기존 교회의 불의와 부정, 권위주의를 향해 문제의식을 갖고 저항했던 모습에서 프로테스탄트의 저항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구습에 의문을 품고 의견을 나누며, 그 힘으로 사회를 변혁하는 것이 개신교 정신이다. 또 종교개혁을 통해 권력과 지식이 일부 종교 엘리트들에만 속하지 않고 대중에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종교개혁과 민주주의의 관계성을 찾을 수 있다.

고등 교육의 대중화도 이뤄
루터가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함에 따라 성직자들만 라틴어 성경을 읽고 성경을 해석할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다. 일반 성도들도 성경을 읽게 되고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게 됐다. 종교개혁자들 중 특히 멜랑히톤은 교육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실행으로 강조한 인물이었다. 그는 교육이 사회와 밀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정책이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했다. 그는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인간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일이며 하나님께서도 흡족해하시는 일이라고 여겼다. 멜랑히톤은 또 성도가 교회에 들어가듯 학생들도 학교와 대학에 들어가야 했는데 학교와 대학도 학문이라는 거룩한 것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독일의 상급 인문학 학교, 즉 김나지움을 만들었다. 그가 뉘른베르크에 세운 학교가 가장 유명한데, 이 학교는 현대 인문학 고등학교의 모범이 되었다.

이 밖에 종교개혁자들은 온갖 이교의 풍습을 받아들여 교회 안에 미신들이 들끓게 했던 로마 가톨릭 교회와 반대로 여러 축제들을 금지했으며, 그릇된 사술과 마법을 엄격하게 제재했다.

종교개혁은 이렇게 전근대적 사고방식에 머물러있던 사회를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지금 사회는 종교개혁으로 촉발된 자본주의가 심화된 상황에서 양극화 문제에 직면해있다. 교회가 다시 한 번 사회를 깨우는 선구자적인 목소리를 낼 때다. 이기심을 버리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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