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선교사 38가정 후원금 부족해···매달 50만 원 미만은 9가정


우리 교단의 해외선교 총 예산은 연간 110억 원이 넘는다. 오랫동안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선교비는 줄지 않고 꾸준하게 늘어났다. 전체 선교비 중 상당부분은 선교사 후원보다는 교회 건축 등 프로젝트 사역에 사용되고 있지만, 선교비가 증액된 만큼 파송한 선교사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현재 교단 파송 해외 선교사는 전세계 62개국 291가정 556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복음만 의지해 온 가족을 데리고 타국으로 떠났다. 고국에서 파송교회와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기도와 후원 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떠난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교단 선교국에서 집계한 결과 교단 파송 선교사 중 63명은 현재 사역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9가정은 한 달 사역비가 50만 원도 채 되지 않아 사역은 커녕 생활조차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

해외선교위원회 산하 선교정책연구원에서 2015년 실시한 조사에서도 선교사들의 사역비 부족이 지적된 바 있다. 당시 선교지 61개국 4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203명 중 절반 가량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후원금 모금상황에 대해서 ‘좋지 않다’와 ‘심각하다’는 응답이 45%로 나타나 대안마련이 요구되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해선위는 최근 선교사들의 후원금 모금 상황을 점검했다. 그 결과 63가정이 사역비가 부족하고, 그 중 상당수는 가족들의 생활비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해선위는 독신선교사는 한 달에 150만 원, 2인 이상 가족 선교사는 260만 원의 사역비를 모금해 후원 받도록 하고 있다. 교회와 선교센터 건축 등의 프로젝트 사역 이외에 매달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한 기본 사역비다.

그런데 현재 태국과 필리핀, 아시아에서 사역하는 5명의 선교사는 한 달에 50만 원도 후원받지 못한 채 사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선교사를 합하면 50만 원 미만의 후원금을 받고 있는 선교사는 9가정에 이른다. 국내외 선교사를 모두 포함해서 한 달 모금액이 50만 원은 넘지만 100만 원 미만인 선교사는 총 10가정이나 된다. 자녀가 있는 선교사 가족들의 생활비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후원금이 100만 원 이상 150만원 미만인 선교사는 12가정, 15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은 12가정으로 집계됐다. 200만 원 이상 250만원 미만은 20가정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 선교사들의 사정도 어렵지만 국내 선교사도 대다수인 10가정이 후원금 부족 상황에 놓여있다. 국내 선교사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사역하다 국내로 돌아와 외국인 사역에 헌신하는 상황이 많은데 아직 ‘선교’라는 인식이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후원금이 부족한 선교사는 파송 1년도 안된 초보 선교사도 있고, 28년째 사역하는 베테랑 선교사까지 경력이 다양하다.

특히 총 63명의 후원금 부족 선교사 중에는 10년 이상 사역자가 38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중 13명은 20년 이상 경력의 선교사다. 후원금 부족 선교사 중 경력 선교사, 그것도 10년 이상 선교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꾸준한 선교후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교사들 중 전문 선교기관 및 단체와 듀얼 멤버십(8명)이거나 목회를 병행(2명)하는 경우는 다른 지원과 모금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모금이 부족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해외선교사 파송 국가와 선교사 수가 늘어나고, 선교비 예산이 많아지는 것은 교단의 자랑이다. 그러나 파송한 선교사들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면 교단 선교는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생활비 조차 부족한 선교사들에게 타국에서 목숨걸고 복음을 전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보내는 선교사로서의 책임과 사명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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