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두 목사
수년에 걸친 논쟁과 설왕설래 끝에 종교인 납세 문제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제도와 정책으로 우리 눈앞에 그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 우리는 어떤 형태로건 목회 사례비에 대한 납세의 의무를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일부 보수교회와 교역자들 중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전히 불편한 입장들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성결신문에 실린 한 칼럼이 그 중 하나입니다. 동 칼럼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현행의 종교인 납세 문제가 △납세의 명목(명분)과 △세무감사 단서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한 문제의식이고 정당한 통찰입니다. 그럼에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정부 측의 홍보명제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는 교회 내부에서 제시된 대응명제는 마치 잘 연출된 각본처럼 지금 현실이라는 무대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미 마무리된 사안에 굳이 사족하는 것은 교단 역사에 대한 증언 차원입니다. ‘동시대에 누구도 듣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더라도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 하고 기록해야 할 것은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 소견에 의하면 이 시대의 종교인 납세 문제의 본질은 이것입니다. ‘한국의 진보 세력이 평소 눈에 가시처럼 여겼던 한국의 보수기독교를 무력화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제도적인 수단(무기)을 확보한 사태.’ 그들은 참 오래 전부터 한국의 보수기독교를 무력화시키는 문제를 핵심적인 이슈 중 하나로 설정하고 투쟁해 왔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세무감사 단서조항 같은 유사한 장치와 조건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보수 기독교에 대한 그들의 적대감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보수기독교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몇 년 전 당시 교회의 현안으로 부상했던 설교비평의 본질을 권력담론이라고 규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중의 시선에 가려진 진보권력의 컨트롤타워 그   매뉴얼에는 이미 지속가능한 진보권력의 공고화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진보를 지탱하는 주요한 이념 중 하나가 민족주의입니다. 저의 짧은 견문에 의하면 진보의 민족주의는 이미 100여 년 전 중국의 신해혁명(辛亥革命)의 뿌리인 쑨원(손문)의 삼민주의에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삼민주의가 곧 민족, 민권, 민생을 최우선하는 이데올로기라면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반외세를 주창합니다. 쑨원 당시 서방세력은 제국주의적 본성으로 국민경제를 압살하는 원흉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신해혁명이 반기독교 운동을 중요한 축으로 삼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반미, 반기독교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의 눈에 한국의 소위 보수기독교는 친미, 반역사적 집단으로 보수정권 및 보수 이데올로기의 핵심세력입니다. 상당 부분 기독교의 본질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또 한편 보수기독교의 자업자득이라는 면도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진보측이 주장하는 바 한국의 보수가 소위 친일, 반공이데올로기 위에 세워진 골수수구, 반동세력이란 지적에 상당 부분 그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목회자의 안목에서 이 땅의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와 권력 헤게모니를 넘어 종교는 근원적으로 인간의 본성 문제에 천착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신앙의 안목에서 바라보는 인간이해는 보수건 진보건 그들의 이데올로기도 중요하지만 그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투쟁하는 그들의 본성 즉 인간 일반의 본성이 상대적인 차이야 있겠지만 여전히 한결 같이 탐욕적이고 이기적이며 위선적이고 악하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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