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오세요” 한 마디 없이 이웃들과 자연스런 접촉점 만들어
이웃상가 개업 소식 주보에 싣고
마을버스 노선도 자세히 실어
주민들 "가보고 싶은 교회는 이런 곳"

“이게 교회 소식지예요? 지역 신문인 줄 알았어요.”
일산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김모 씨는 상가의 한 가게에 놓인 오솔길교회(김범기 목사)의 소식지 ‘오솔길 이야기’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무심코 집어들어 읽었는데, 자신도 몰랐던 지역 가게들과 맛집 소개가 있는 것도 놀라웠고 지역 상가들의 ‘할인쿠폰’까지 실려 있었던 것이다.

“보통 교회에서 주는 전도지는 ‘우리 교회에 나오라’는 메시지로 가득하잖아요. 그런데 ‘오솔길 이야기’에는 그런 직접적인 메시지 없이, 종교가 없거나 다른 사람들도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 많아 어떤 교회인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김 씨는 오솔길교회를 찾았다. 김범기 목사는 교회에 없었지만, 김 씨는 사모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참을 나누다 돌아갔다. 그는 “교회가 이웃에 실제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우려는 모습을 보니 너무 보기 좋다”고 말했다. 또 “교회란 이런 모습이어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남겼다.

김범기 목사는 지난 4월 개척을 하면서 지역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소식지를 발행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실으면 자연스럽게 접촉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관찰해 이웃을 지나는 버스 노선들이 정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난 4월 발행한 ‘오솔길 이야기’ 1호에는 교회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들의 노선도가 어르신들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실었다. 10월에 펴낸 2호에는 ‘우리 동네 가볼만한 곳’이라는 제목으로 가족들이 가볍게 나들이 가기 좋은 ‘송강 이야기 공원’을 소개했다.

1호와 2호 모두 공통적으로는 지역 상가, 맛집 소개와 교회주변 가게의 ‘10% 할인’, ‘무료 아메리카노 증정’ 등의 쿠폰이 실려 있다. 쿠폰 제휴를 제안하는 김 목사의 제안에 선뜻 응하지 않은 사업주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지역 상권과 공생하고자 하는 김 목사의 진심에 동참하는 가게가 조금씩 늘고 있다. 그 결과 ‘오솔길 이야기’ 1호에는 가게 4곳의 쿠폰이 실린데 비해 2호에는 여섯 곳으로 늘어났다. 가게 소개가 실린 한 카페 사업주는 신앙이 없음에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교회에 선뜻 헌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모든 교회가 이렇게 6개월에 한 번씩 따로 소식지를 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원고 작성, 디자인, 인쇄 등 복잡한 과정을 인력과 물질이 넉넉하지 않은 작은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이 있으면 모든 교회가 매주 발행하는 주보도 훌륭한 ‘정보지’가 될 수 있다.

샘솟는약수교회(정영진 목사)는 매주 발행하는 교회 주보에 이웃의 시시콜콜한 소식들을 적극 싣는다. 상가에 새로 입점한 가게가 있으면 주보에 가게 소개를 실어 성도들에게 알리고 많이 이용할 것을 당부한다. 대형 프랜차이즈들 틈바구니에서 열심히 영업하는 작은 가게들과 연대해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도 있고, 전도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 접촉점을 쌓자는 의미도 있다. 지역 문화제와 축제 등 행사가 열리면 주보에 실어 성도들이 지역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독려하기도 한다.

정영진 목사는 “교회가 상가에 있다보니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이 눈에 들어왔고, 업종이 빈번하게 바뀌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교회가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의 일환으로, 샘솟는약수교회는 주변 피아노학원이나 어린이집들에게 예배당을 발표회 장소로 제공하기도 한다. 장소를 대여하는 업체는 교회에 자율적으로 금액을 정해 헌금한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모두 주보를 나누어주기 때문에 교회에게도 자연스러운 전도의 장이 된다.

수많은 전도지를 나누어줘도 교회 출석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진심어린 관심으로 이웃들과 관계를 쌓고,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려는 시도가 이웃의 마음을 연다는 것을 이 두 교회의 사례가 보여준다. “교회 오세요” 말 한 마디 없이 이웃에 향한 사랑과 관심으로 이웃의 마음을 교회로 향하게 하는 작은 교회들의 고민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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