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청원에 부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원치 않는 출산은 여성은 물론,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의 비극으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 달라는 낙태죄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 무려 23만 명의 서명을 얻은 이 청원에 대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 2010년 이후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내년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이 진행 중(앞서 2012년 8월 23일에는 낙태죄에 대해 합헌 4 대 위헌 4로 결국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이기에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현행 법제에서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이 빠져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처럼 낙태죄 폐지 청원에 청와대가 소신껏(?)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동안 뜸했던 임신중절 논란이 찬반으로 엇갈려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저마다 논리 대 논리로 맞서고 있어서, 어느 쪽을 손들어주기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생명을 파괴하려는 시도는 어떠한 말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 단순히 종교적인 이유로 어느 한편을 감싸려는 것은 아니다. 생명문제를 인간의 편의를 위주로 논쟁을 벌인 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주장대로 인간은 수정 순간부터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영혼을 소유한 존엄한 생명이다. 그 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같은 맥락에서 임신초기에는 괜찮지 않느냐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나서서 살인행위를 방조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작금의 시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은 낙태의 합법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과 축복을 받아야 함에도 고통을 당하는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기반 마련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미혼모들도 기혼여성들과 똑같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곧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면서도 모두가 행복한 길로 가는 길이다.

가뜩이나 생명의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는 시대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수많은 미혼모들이 있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 십 번 아이를 지우려는 끔찍한 생각도 해봤지만, 결국에는 엄마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힘들고 고단하지만 웃을 수 있는 것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생명 때문이다.

생명은 그 어떤 생명이든 가치가 없지 않다. 온 만물은 다 가치가 있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뱃속에서 자리를 잡는 순간 이미 하나의 생명이다. 그런 생명을 지키는 것은 어떠한 논리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 이 사회가 변해야 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을 편견으로 대하지 말고, 감싸줘야 한다. 그들이 생명을 쉽게 포기 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가 생명을 담보로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말고, 생명을 귀히 여기는 동시에 모두가 납득이 되는 정책으로 그들이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