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연 교수
12월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필자는 예배학자로서 약간 불편함을 느낀다.(이는 순전히 직업병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출퇴근 시간에 기독교계통의 방송을 듣는데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의 성탄절 찬송이 아침에도 저녁에도 방송되기 때문이다. 예배학적으로 보자면 이는 마치 수난주간에 부활절 찬송을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교회력 상으로 지금은 대림절 기간이다. 대림절은 초림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하나님께서 과거에 우리에게 주신 은총을 감사하고 그가 다시 오실 것을 기대하는 때이다.

우리가 재림의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고 지나온 날들을 반성하며 인생의 방향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림절은 들뜬 분위기가 아니라 차분하고 엄숙한 시간이며 여기에 맞는 찬송은 대림절 찬송이다. 찬송가 97장(‘정혼한 처녀에게’)부터 105장(‘오랫동안 기다리던’)까지이다.

성탄트리(성탄목) 역시 이러한 교회력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성탄목의 기원은 주후 약 6~7세기의 유럽이다. 당시 사람들은 성탄 전야에 교회 안이나 교회 앞 광장에서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일종의 연극놀이를 하였는데, 거기서 맨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였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의 주된 장식은 바로 생명나무였다.

그러나 한 겨울에 나뭇잎과 열매가 달린 나무를 찾을 수 없었으므로 겨울에도 잎이 푸른 전나무를 가져다 놓고 생명나무를 상징케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성탄목의 유래이다. 그러므로 성탄목은 바로 에덴동산에 있던 생명나무를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바로 그 나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성탄목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의 구속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성탄목에 붙이는 장식들은 무엇일까? 본래 고대 교회들이 했던 장식물들은 모두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생명나무를 상징하는 성탄목에 제일 먼저 매다는 장식물은 금단의 열매를 상징하는 사과였다. 사과를 매다는 이유는 인류에게 죽음을 초래한 아담의 죄를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고대의 기독교인들은 예배를 드리는 동안 창세기 3장 타락의 장면을 읽으면서 사과를 성탄목에 달았다.

두 번째 장식물은 장미꽃이었다.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라는 이사야 11장 1절의 말씀과 “광야와 메마른 땅이 기뻐하며 사막이 장미꽃(백합화)같이 피어 즐거워하며”라는 이사야 35장 1절의 말씀을 읽고 나서 “속된 나무 이새의 줄기에서 이 추운 겨울에 한 싱싱한 가지가 솟았도다 굳은 땅 위에 고요하고 청명한 이 밤에 한 송이 장미가 피었도다”라는 가사의 찬양을 부르며 종이로 만든 장미꽃을 성탄목에 달았다. 이 노래가 바로 대림절 기간 동안 부르는 ‘이새의 뿌리에서’라는 찬송이다.(찬송가 106장) 사막에서 피어나는 장미는 어둠과 절망을 뚫고 생명을 피어내시는 소망의 주 그리스도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장식물은 빵 모양의 과자이다. 고대의 기독교인들은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생명의 빵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 내가 곧 생명의 빵이니라 …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니 사람이 이 빵을 먹으면 영생하리라”(요 6:35, 48, 51)라는 말씀을 읽으면서 빵 모양의 과자를 매달았는데, 이는 예언대로 오셔서 우리에게 새 생명의 근원, 즉 생명의 양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기 위함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인류의 구원에 대한 증언으로서의 이 성탄목은 16세기 초에 유럽의 각 가정에 세워지고 장식되기 시작하였으며, 17세기에 와서는 여기에 “세상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요 8:12; 사 9:2)를 상징하는 촛불이 추가로 장식되었다.

그러므로 사과, 장미, 과자 빵, 촛불 이 네 가지가 본래의 성탄목 장식이다. 이렇게 장식된 성탄목은 덜 화려할지 모르나, 이것이 바로 성경적 신학적 상징성이 순수하게 담긴 진짜 성탄목이다. 우리는 이러한 성탄목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요란하고 화려하기만 했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온갖 장식물로 뒤덮인 성탄목, 그래서 정작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성탄목은 이제 던져 버리고, 예수님을 보여 주는 성탄목,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메시지로 가득한 성탄목을 다시 세워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주님만이 우리 신앙의 중심이며, 우리 신앙표현의 내용이 되게 하자.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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