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6월, 미 해군 특수부대(SEAL) 소속의 마커스 루트렐 하사와 수병 세 명이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밀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탈레반 지도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특수부대팀이 은신한 그 곳에 아프가니스탄 농부 두 명과 남자아이 한 명이 염소를 몰고 나타났다. 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특수부대원 네 명이 고민하다가 다수결로 결정하기로 했다.

▨… 후에 루트렐은 그때의 갈등을 회상하며 이렇게 썼다. “우리는 분명 그들을 풀어줄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속에 ‘또다른 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였다.” 루트렐은 그들을 놓아주는 데 찬성했고 그 결과로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세 명의 전우는 죽었고 그들을 구하러왔던 헬리콥터의 군인 열 여섯 명도 모두 죽었다.

▨… 이 사실을 예화로 제시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은,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에 동의할 것인가를 묻는다. 루트렐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나’라는 말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서 그의 신앙이 그 결정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그때의 그의 신앙이 자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다 하더라도 염소치기를 죽여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음은 틀림없다.

▨… 우리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에서는 루트렐의 결정을 양심에 합당한 행위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바보같은 짓이었다고 지탄해야 하는가? 할레스비(O.Hallesby)는 양심을 ‘선함과 악함을 하나님과 함께 아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곧 하나님이 규정하는 선과 악을 받아들이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 마음에 충실하지 않는 신앙을 할레스비는 ‘죽은 신앙’이라고 규정하고 폰토비단(H.Pontoppidan)의 해석을 첨부했다.

▨… 폰토비단은 정의한다. “죽은 신앙이란 회개하지 않았으면서도 은혜를 받겠다고 생각하는 거짓된 관념이다.” 죽은 신앙을 붙들고 있는 한국교회 지도자는 없으리라고 믿는다.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노려 그리스도인 된 양심을 버리고 죽은 신앙으로 자신을 감싸려는 이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교회연합운동의 전면에 나선 지도자들 만이라도 ‘그리스도인된 나’를 제대로 찾는다면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위기현상’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총연합회가 그 출발에서부터 또 하나의 연합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우지 못하기에 펼치는 오지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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