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로 견문 넓히는 기회 … 꿈과 용기 심어줘
엄마들도 한시름 놓고 ‘기쁜 하루’
더감사교회·인천한부모센터 가족들 참여
고어헤드선교회, 선물·식사 제공 등으로 섬겨

“와!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생각보다 엄청 크네요. 마치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12월 23일 인천지역 한부모 가정 아이들을 위한 서울나들이 행사에서 아이들과 싱글맘 어머니들이 탄 버스가 광화문에 이르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멋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시야에서 동상들이 사라질 때까지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

사실 이들은 서울 방문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날처럼 관광지를 돌아보는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와 18세 이하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을 일컫는 ‘한부모가정’ 형편상 서울 나들이를 즐길 시간적, 물질적, 심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날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대표 임승훈 목사)의 서울 나들이가 특별했다. 20여 명의 어린이와 어머니들이 걱정거리를 다 내려놓고 인솔자가 이끄는 대로 아주 여유롭게 나들이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날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 가족들의 서울 나들이는 고어헤드선교회 (대표 이상조 목사)의 전적인 섬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상조 목사는 이날 아이들의 ‘일일 아빠’를 자처하며 선물과 레크리에이션, 점심식사 등을 제공했다. 또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진짜 아빠처럼 아이들의 꿈을 적극 후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서울 나들이는 아침 9시부터 시작해 예배와 선물 나눔, 점심식사에 이어 경복궁과 KBS 방문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경직된 표정에 말도 별로 없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야외활동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호기심과 꿈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살 김윤주 어린이는 경복궁에 도착하자마자 탄성을 지르며 문화재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지만 역사 공부도 좋아해 매일 한 시간씩 인터넷으로 역사 강의를 들을 정도이기에 경복궁 방문의 의미가 남달랐던 것이다. “어떻게 딱딱한 돌로 이렇게 동물 모양을 깎을 수 있었을까요? 저 의자는 정말 금일까요? 너무 신기한 것 같아요.” 이렇게 실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니 책으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다며 신나했다.

아이들은 경복궁을 찾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고 “우리나라 문화재가 이렇게 인기 있는지 몰랐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것 같다”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 한 어린이는 “난 커서 프랑스 파리도 가볼 거야”라며 새로운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설레는 것은 어머니들도 마찬가지였다. 20여 년 전에 경복궁에 한 번 와보고 이제야 다시 와봤다는 김정숙 씨는 이번에는 딸(11살), 아들(10살)과 함께여서 더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20년 전 기억을 되살려 이 곳 저 곳을 가리키며 자녀들에게 설명하는 정숙 씨의 얼굴은 소녀처럼 빛났다. “아휴, 생활에 여유도 없고, 다리도 불편해 나들이를 거의 못 가요. 애들한테 미안하죠. 그런데 오늘은 목사님 덕분에 꼬맹이들과 함께 오니 더 좋네요.”

자녀 없이 홀로 나들이에 참가한 어머니도 있었다. 경회루가 너무 예쁘다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던 중국인 싱글맘 조한나 씨는 12년 전 탈북자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 슬하에 19살, 11살 두 아들도 두고 열심히 살았는데, 5년 전 남편이 소천한 뒤로 힘든 타지 생활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최근에도 우울증이 심해져 아주 고생하고 있었는데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의 서울 나들이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한나 씨는 “오늘 참가하길 아주 잘했다”며 미소 지었다. 잠시나마 일상을 떠나 위로를 얻었다는 것이다. “아들들은 공부 때문에 바빠서 같이 못 왔어요. 사실 아들들은 아픈 엄마가 혼자 가니까 걱정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오랜만에 바깥바람 쐬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경복궁에서의 행복한 시간에 이어, 버스가 여의도 KBS 방송국으로 향하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트와이스’, ‘워너원’, ‘여자친구’ 등 서로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이야기하며, 이들을 만나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설렘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오가는 장소에 가본다는 생각에 지난밤 잠이 잘 안 오더라는 어린이도 있었다.

영상 크리에이터와 배우가 꿈이라는 김조아라 어린이(11살)는 유투브에 자신의 채널도 개설하고 서툴고 짧은 영상이나마 올리는 꿈 많은 학생이다. 조아라 어린이는 KBS 뉴스 체험관에 들어서자마자 재빨리 앵커석에 앉아 화면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크립터에 뜨는 앵커멘트를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읽은 조아라 어린이는 “나중에는 꼭 방송인이 되어 KBS에 일하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뉴스 체험 외에도 구름빵 애니메이션 더빙, 핀스크린 등 코너를 돌며 집에서 텔레비전으로 보던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금이나마 직접 체험했다. 전에는 방송에 관심이 없던 어린이들도 “방송이 이렇게 다양한 기술로 만들어지는지 처음 알았다”며 “체험해보지 못한 방송 기술도 궁금하고, 다른 방송국은 어떤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위대한맘 인천한부모센터 대표 임승훈 목사는 “싱글맘 가족을 위로하고 복음으로 인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역”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사별과 이혼 등으로 상처가 깊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이다.

목회자들의 헌신과 사랑으로 싱글맘 가정의 어머니와 어린이들이 이날 마음에 위로를 얻고 비전 또한 크게 세웠다. 서울 나들이는 새해를 앞두고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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