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조 숙종 때에 남곡 주의식이 새해 아침을 노래하였다. “창밖에 동자 와서 오늘이 새해라커늘/ 동창을 열고 보니 예 돋던 해 돋아온다./ 아이야, 만고(萬古)한 해니 후천(後天)에 와 일러라.” 주의식이 성서를 읽었을 리는 없을 터인데 새해를 바라보는 그의 시좌는 전도서 기자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해 아래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전도서 1장)

▨… 주의식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새해라는 오늘 돋은 해가 어제 돋았던 해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새해 아침만 되면 지난날들을 말끔히 잊어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새롭기를 바란다. 해만 어제 돋았던 그 해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어제의 나에서 조금도 새로워지지 않았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새해만은 무엇인가 새롭기를 갈망한다.

▨… 자신의 변화는 덮어둔 채, 우주적 차원의 새로움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순을 사도 바울은 아프게 지적해 주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5장) 새로운 시간이 인간에게 있을 리 없지만 그 시간 안에 사는 인간이 새로워지면 시간과 함께 우주만물이 새로워진다는 진리를 사도 바울은 깨우쳐 주었고 사도 요한은 확증해 주었다.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21장)

▨… 새해라는 시간의 조건이 충족되어서가 아니라 내가 새로운 존재가 되어질 때 나는 비로소 영으로 거듭나는 새 사람이 되어지는 것 아닐까? 예수의 모습을 닮으려는 자기형성의 과정에서라야 ‘영의 사람’의 진실은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인간됨이 그런 방향에서 그런 형상으로 갱신되어 갈 때에라야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떳떳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교단을 상대로 사회법에 제기한 고소가 다섯 건이나 있다고 한다. 성결인(대체로 목사)들이 성결교단을 피고로 하여 제기한 것이라고 한다. 비신앙인이나 다른 교파 사람들이 알까 부끄러워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해에는 이 다섯 건이 모두 취하되어서 ‘영의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태만은 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결’이 우리의 목표고 긍지라면 이제는 새사람의 새해되게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그리스도 앞에서 새 사람 되기를 거부하는 오만의 죄를 범하는 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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