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가 어지러운 탓인가, 법이 제 구실을 포기한 까닭인가. 법의 수호자여야 할 판사들이 편을 나눠 동료 판사에게 악담과 막말을 퍼붓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선 “법복에 덮인 판사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대법원의 전 수장은 “법원에 큰 일이 났다. 판사들이 스스로 품격과 자존심을 버렸다”고 한탄했다. 군사독재시절에 법 수호를 위해 자신을 던졌던 기개는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에만 남아있을 뿐일까.

▨… 교회도 열심히 세상을 따라가고 있는탓일까. 제사장 예복에 가려졌던 하나님의 종들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회가 교단을 상대로 제기한 지방회 분할 총회결의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해 인용되어 법원은 서울중앙지방회와 부천지방회 분할의 건에 대한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지방회 분할을 주장한 측이나 반대한 측 모두가 서로의 논리를 가지고 본안 소송이라는 제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 하나님의 종의 품격과 자존심은 지켜져야 한다. ‘재적 정족수’가 맞느냐 ‘재석 정족수’가 맞느냐의 논리로 이전투구식의 싸움판을 벌이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교단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든가, 교단의 부흥 발전을 위해서라는 구호로 성령의 역사를 훼방하면서 자신의 논리만 펴려한다면 누가 그 민낯에서 하나님의 종의 얼굴을 찾으려 하겠는가.

▨… 심리학 용어 가운데 ‘허위 합의 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는 게 있다. 자기중심적 판단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거나 나의 판단에 동의해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향성을 뜻한다. “자신의 의견이나 선호, 신념, 행동이 실제보다 더 보편적이라고 착각하는 자기중심성을 나타내는 개념이다.”(최인철·프레임) 교단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하나님의 종들이 이런 허위 합의 효과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었으면 한다.

▨… 틸리히(P.Tillich)는 사랑이 배제된 힘(또는 법)은 정의를 구현해낼 수 없다고 갈파했다. 지방회 분할이나 그에 대한 반대가 교단 안에서의 정의 구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도 물어야 하겠지만 하나님의 일에서는, 그것이 교단행정이라고 하더라도, 먼저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랑은 사라진 채 법만 살아 있는 교회가 성결을 말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반 성결교회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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