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육신 중의 한 사람 하위지가 죽임을 당하던 때의 일이다. 적몰을 위해 금부도사가 들이닥쳤다. 둘째 아들이 어머니께 무릎을 꿇고 최후의 문안을 여쭈었다. “죽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셨는데 자식이 어찌 혼자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다만 적몰을 당하여 천한 종이 되더라도 누이에게 어머니께서 도리를 가르쳐 개돼지 같은 행실은 하지 말게 해주십시오”하고는 두 번 절하고 물러나 조용히 죽음을 받았다. 사람들이 모두 “하위지에겐 아들이 있다”고 하였다고 한다.

▨… 비교가 조금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하위지에게 아들이 있었다면, 우리 성결교단에는 이런 사람이 있다고 내세울 만한 그릇은 도대체 누구일까? 자랑스러운 서울신대인상을 수여받는 이들이 한결같이 고인들이라는 점은 아직도 생존인물을 선택할 차례가 이르지 못한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이 없는 탓일까?

▨… ‘모범 장로상’이라는 것도 있다. 모범 장로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성결교회에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산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나마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더니 추천을 의뢰하는 광고만 나간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모범 장로상을 받을 만한 분이라면 상금 따위에 집착할 리는 없을 터이고 아마도 쑥스러워서 모두들 숨어버리는 탓일 게다.

▨… 우리 교단에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주의 뒤를 따르기로 서약한 목사만 해도 근 3000명이나 되고 금년에 안수 받을 사람도 150여명이나 되지 않는가. 성결인명사전도 출간될 예정이라는데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가. 불희영, 하우호리록지향이(不希榮, 何憂乎利祿之香餌·영화를 바라는 마음이 없으면 무엇 때문에 이록의 향기로운 미끼를 근심할 것인가)라고 몸을 낮추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 분명히 성결교회에도 사람이 있다. 지난 호 본지를 보면 40여년이나 한 길을 걸은 스승들이 있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교회학교를 위해 교사라는 위치에서 헌신해온 이들, 이록의 향기로운 미끼 따위에는 애초부터 곁눈길조차 주지 않는 몸가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길이었다. 성결교회에도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려는 제자들이 있음을 이제부터는 확실히 증언할 수 있으리라. 위안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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