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근 교수
 지난해 11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한국 선교의 변곡점’이라는 주제로 한국선교지도자 포럼을 가졌다. 이런 주제를 정했다는 것은 선교지도자들이 인식하는 해외선교의 현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한다면, 한마디로 ‘폭풍 속의 항해’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2월 중순 KWMA의 조용중 사무총장과 KRIM의 문상철 원장과 함께 극동방송 미션리포트 좌담회에 출현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2017년 한국교회 선교의 지형도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필자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의 해에 한국교회가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대답했다.

특히 해외선교에 있어서 한국교회가 겪는 어려움은 더욱 본질적인 것과 연관된다. 변화하는 실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오늘날 글로벌 사회문화적 환경은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지만, 교회는 제도화와 교권화라는 덫에 걸려있는 형국이다.

지난 몇 주 전 중국 우루무치 지역에서 사역하던 한국 선교사 50여 명이 중국 공안에 의해 억류되었다가 전원 추방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무엇인가? 이 사건이 중국 내에서 선교사들에 대한 감시가 심해지고 추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이 사건은 한국교회가 추방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후 대처방안, 즉 추방당한 선교사 가족들을 돌보고 정착을 도우며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가를 묻는다.

한국교회의 상황에 따라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이 거의 결정된다. 현재의 추세는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인구절벽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교회와 해외선교도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선교동원의 모판인 지역교회와 신학교가 해외선교를 위한 인적 자원들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더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의 성장 정체는 지역교회를 생존 모드로 전환시켜 가장 먼저 선교후원금을 줄이도록 만들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선교현장의 상황은 선교사들에게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과거의 성장과 성공의 향수를 품에 안고 타성에 젖어 변화하는 교회와 선교의 환경과 지형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단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적 방식들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먼저 교회가 세상으로 보냄 받은 선교적 차원을 상실한 것이 가장 큰 절망으로 다가온다.

특히 한국교회의 선교에 대한 정의와 이해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비하여 선교현장에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는 것이라기보다 선교사들이 현장에서 한국교회가 지금껏 추구했던 것들을 모방한 가시적인 결과들과 연관된다.

기존 한국교회의 선교정책과 전략은 주로 영혼 구원, 교회개척, 가시적 프로젝트를 위한 모금과 후원이 주종을 이룬다. 이러한 때에 선교현장의 재산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한국교회의 가시적이고 성과 중심의 선교프로젝트의 허상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교회 선교후원금의 누수 현상이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입구 전략의 실패는 선교역량을 감소시켰고 악순환을 초래했으며 출구전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선교계에서는 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교회가 이제까지 해 오던 전통적이고 제도화된 방식의 ‘선교하기’에서 벗어나 ‘선교적 백성 되기’를 강조하고 있으며, 해외선교의 어려움이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을 자각하게 만들어 더욱 건강한 선교로 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한국교회 선교의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재고이지만, 무너지고 변질된 것들을 회복시켜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반성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요구하기에 끈질긴 인내와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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