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량소비에 의한 대량생산이 목표인 자본주의 기업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내구소비재의 수요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를 50년 넘게 탈 수 있도록 만들거나 휴대폰을 20~30년씩 쓸 수 있게 만든다면 그 자동차 회사나 휴대폰 생산업체는 신규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필연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이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게 위해서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가 모색된다고 세르주 라투슈는 주장한다.

▨… 그에 의하면 사용한 지 오래되었다는 이유(시간)로, 첨단 기능이 새로 나왔다는 이유(기능)로, 최신 디자인이 아니라는 이유(심리)로 아직 멀쩡한 상품을 폐기처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계획적 진부화의 목표라는 것이다.(‘낭비사회를 넘어서’) 기존 제품을 진부하고 싫증나며 낡은 것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새로운 제품이 소비자의 수요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없기에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상품의 계획적 진부화는 필연이라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인간은 예외일까. 라투슈는 묻는다. “이 일회용 제품의 제국은 마침내 인간마저 그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이 과정이 계속 진행된다면 어느 날엔가는 인간도 진부해져 버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낭비사회를 넘어서’)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계획적 진부화의 바람은 종국에는 인간마저 삼켜버리리라는 것을. 입맛은 쓰겠지만…

▨… 총회 대의원 자격을 안수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조정하자는 안건이 어느 지방회에서 제안되었다고 한다. 삶과 신앙의 경륜이 경력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대의원 자격을 안수 20년 이상으로 못박는다 한들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부화현상 타개를 위한 한 방안이라면 그것은 너무 고식적 변통 아니겠는가. 목회 경력의 일천을 경륜부족의 조건으로 판단하려 한다면, 그 또한 다른 모습의 ‘계획적 진부화’ 아니겠는가.

▨… 우리 말에 “한 솥 밥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한 솥 밥’은 한 솥에 지은 밥이란 뜻이 아니다. 그것은 그 집에 조상대대로 전승돼 내려온 불씨로 지은 밥이라는 의미이다. 행객이나 과객에게 밥을 차려낼 때는 딴 솥에다 다른 불을 지펴서 밥을 지어낸다. 한 솥 밥은 그만큼 가족을 결속시키고 가족의 역사를 다지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결교회 안의 우리 모두는 한 솥 밥을 먹는 식구다. 누군가를 진부화시키려는 시도에는 한 목소리로 ‘아니오’ 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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