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7일, 우리 대한민국의 눈과 귀는 모두 판문점으로 쏠려 있었다. TV방송국의 카메라는 아예 판문점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었고 북녘에서 불어온 훈풍에 마음이 들떠버린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평양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다는 염원으로 삼삼오오 평양냉면집 앞에 줄을 섰다. 이대로라면 이해 말쯤에는 제주도를 가듯이 평양도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모두가 들떠 있었다.

▨… 더불어민주당의 지도자들은 “김 위원장의 모습이 감격적이었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따릉이를 타고 평양까지 한달음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반대편 사람들은 “과거 정부에서 합의된 사항보다 진전된 것이 없다”면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된다”는 말로 판문점회담을 평가절하했다.

▨… 판문점회담에 대한 평가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온 뒤라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이 보여준 도보다리에서의 독대는 영화인들이나 상상가능한 잘 짜여진 기획이었다. 그러나 이 땅의 핵문제는 아름다운 화면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도보다리에서의 독대가 민족의 운명을 가름할 합의를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에 가슴 부풀었던 로맨티스트들은 청와대 관계자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떨구어졌다.

▨… “낡은 군사분계선 표지석을 걷어낸 자리에 두 정상이 앉아서 담소를 나눈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논의할 자리로 적격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 두 정상의 만남은 어렵게 이뤄졌지만, 또 해결해야할 과제도 심각했지만, 독대의 자리는 담소를 나누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논의할 자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것이 강대국의 개입을 거부할 수 없는 나라의 서러움 아니겠는가.

▨… 기원전 404년경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아테네는 30인의 참주정권이 다스리는 도시국가였다. 참주정권은 소크라테스에게 반정권 인사의 체포를 명령했다. 소크라테스는 거부했다. “나는 부정불의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이고 있음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겠다.”(소크라테스의 변명) 결국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하는 결단으로 핵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바란다면 그 또한 로맨티스트의 발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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