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꽃피니 농촌목회 결실도 풍성‘다푸른나무협동조합’설 온라인쇼핑몰 ‘쿠미쿱’운영립,

“목회자가 살아야 교회가 살아납니다.”
협동조합을 설립, 농어촌 목회의 새 희망을 제시한 교회가 있다. 진주아브라함교회(옥광석 목사)는 4년 전 초교파 목회자 생활자립 협동조합 ‘다푸른나무협동조합’을 설립해 자활, 선교, 목양건승의 목표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례비 없는 목회 한계 느껴 변화 시도
“목양의 탈진과 실패, 교회의 성장과 부흥에 결정적 장애요소는 바로 목회자의 경제적 절대빈곤입니다. ‘기도하면 되지’라는 말로 모든 목양의 문제를 덮은 것은 오히려 배부른 직무유기요, 무책임의 또 다른 모양입니다” 다푸른나무협동조합 대표이사 옥광석 목사의 말이다.

옥광석 목사는 2015년 5명의 목회자와 함께 영리법인 ‘다푸른나무협동조합’을 결성해 경상남도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다. 현재 우리교단을 비롯해 예장통합, 대신, 고신 등 11명의 초교파 이사진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으며 초교파 후원이사, 후원목회자, 후원교회, 후원교인 및 개인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옥 목사가 협동조합을 세우게 된 동기는 경제적 문제 해결 없이 제대로 목회를 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도 2007년 교회를 개척하고 교회당을 건축한 후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사례비를 받지 않고 가족, 친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연명하듯이 3년은 버텼지만 한계가 왔다. 이대로는 목회를 계속할 수 없었다. 자신도 살고 교회도 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어려움 가운데 ‘나 같은 처지의 목회자가 또 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사람들끼리 뭉치면 뭔가 해답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몇몇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공동의 살 길을 찾기 위해 만든 것이 ‘협동조합’이었다. 그 때까지 ‘협동조합’이 뭔지도 잘 몰랐지만 배우고 물어가며 영리법인 ‘다푸른나무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바로 초교파 목회자 생활자립을 위한 협동조합이 탄생한 것이다.

교회자립 새 활로 개척
다푸른나무협동조합은 자주·자치·자립 삼자정신을 표어로 걸고, ‘목적은 목회에, 운영은 민주적·경영적, 나눔은 최대로’라는 슬로건으로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목회자의 품위를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협동조합을 설립한 주요 취지였다. 목회만도 바쁜 목사가 막노동과 대리운전을 하고 사모는 가사도우미 등으로 일해서는 온전한 목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설립 당시 초기 자본금은 참여 목회자들의 출자금과 어느 독지가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협동조합은 온라인 쇼핑몰 ‘쿠미쿱(qumicoop)’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사업 운영에 들어갔다. 쿠미쿱 쇼핑몰은 소비자들에게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우수한 생산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혜택을 주고 있다.

특별한 점은 생산·판매회원이 판매한 물품당 일부 수익금을 조합이 추천하는 교회와 목회자에게 적립금으로 후원한다는 점이다. 쇼핑몰은 초기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후원이 늘면서 100여 명의 후원회원이 가입하고 입점업체도 100여 곳에 이르렀다.

쇼핑몰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조합이 선정한 8개 미자립교회의 목회자 생활비로 지원했다. 이 밖의 후원 선교지 선정은 추천되거나 요청이 들어온 곳에 한해 조합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있다. 현재는 쿠미쿱을 개편해 ‘건강海地(해지)는 地海(지해)몰’ 오픈을 준비 중이다.

‘손으로 빚은 만두데이’ 출시
협동조합 주력품목은 손만두이다. 개발에서 판매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만두 달인을 찾아가 한 달간 부탁해 머물며 만두 레시피를 전수받았다. 만두소의 양과 피의 두께를 달리하며 6개월간 맛 검증기간을 가졌다. 그렇게 협동조합의 새 주력상품인 ‘손으로 빚은 만두데이’가 탄생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만둣국만두, 라면만두, 군만두, 튀김만두 등 여러 제품을 개발했다. 또 시금치나 당근을 갈아서 만두피를 반죽한 삼색 만두도 눈길을 끈다.

옥 목사는 만두 개발 후 홍보와 전도를 위해 ‘금요무료만두데이’도 열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운전기사, 소외계층, 어르신 등 30~40명을 대상으로 찐만두와 만둣국을 대접하고 있다. 요즈음은 입소문을 타고 만두를 맛보러 오는 택시운전기사들이 부쩍 늘었다. 돈을 안 받고 무료로 주는 만두지만 옥 목사는 만두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옥 목사는 협동조합 후원교회 성도들은 1봉에 1만 원하는 만두를 7,000~8,000원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도 주고 있다.

진주에서 만두사업이 자리를 잡아가자 천안, 의정부, 목포의 조합 회원교회들도 만두사업에 동참했다. 해당 조합이 초기 만두공방 설비를 마치면 옥 목사가 만두 레시피를 전수하고 만두를 생산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만두를 만드는 조합이 늘어날수록 좋은 점은 한꺼번에 많은 주문이 들어왔을 경우, 한 곳이 감당하지 못하면 여러 곳에 나눠서 만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만두를 생산해도 만두의 맛을 결정하는 소만큼은 옥 목사가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같은 브랜드명을 달고 나온 만두의 맛이 지역마다 달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커피뽑는 목회자
다푸른나무협동조합 부설로 커피제조공방도 설립했다. 지자체의 식품제조허가를 받아 조합 목회자들이 십시일반 투자했다. 제조공장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시설과 설비로 만들어 ‘공방’이라 부른다. 커피 원두(7종)와 더치커피(9종)를 생산해 ‘G커피’란 브랜드명으로 판매했다.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콜롬비아 수프리모, 케냐AA, 코스타리카 따라주, 인도네시아 만달링, 브라질 산토스 등 지역별 프리미엄 원두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농협하나로마트 진주지점에 정식 입점했으며 쇼핑몰, 밴드, 입소문을 통해 좋은 반응을 보이며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협동조합 사역으로 바쁜 목회자가 목회는 어떻게 할까? 교회 성도들도 ‘사례비도 안 받는 목사가 사업하면서 목회를 제대로 할까’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옥 목사의 협동조합 사역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조합사역 살아나니 목회도 활짝
개척 당시 창고 예배당을 떠나 번듯한 새 예배당도 마련하고 스스로 자립해가는 교회의 모습에 감사하고 있다.

옥 목사도 협동조합 사역 운영 상황을 교회에 보고하고 성도들의 동의를 얻어 사업을 진행한다. 교회 성도 모두 협동조합 사업의 동반자인 셈이다.

협동조합 운영 때문에 옥 목사의 목회사역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새벽기도회, 수요예배, 주일예배, 심방, 교육 등 일반적인 예배·목회 사역 모두 그대로 진행된다. 목회 잘하려고 협동조합을 세웠는데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옥 목사는 또 지역의 초교파 목회자들과 교류에도 힘써 진주시기독교연합회 총무도 맡는 등 성결교회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교단 농어촌 목회자들이 모인 농어촌선교협의회(대표회장 손병수 목사) 경남·진주지역 농어촌마을목회연구소장과 농어촌선교복지협의회 사무총장직도 맡아 농어촌선교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푸른나무협동조합과 연관이 있다고 귀띔했다.

옥 목사는 협동조합을 통해 또 하나의 사역을 준비 중이다. 수익사업이 아닌 순수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돕기 위한 사역이다. ‘선한사마리아인되기’라 이름을 붙인 미자립교회 목회자 긴급 소액 생활지원금 지원사역이다.

자신도 생활고를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이 어려운 처지의 목회자에게 사실상 무상으로 소액을 대출해주고 이후 원금과 함께 소정의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도 기도하는 심정으로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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