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시청률 전문조사기관인 닐슨 코리아에 의하면, 러시아월드컵 한국·스웨덴 전의 시청률은 40.9%에 이르렀다고 한다. 비록 FIFA의 랭킹순위는 50위권 밖이고, 러시아월드컵 F조에서도 최약체로 평가받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에 거는 국민의 기대만큼은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높은 시청률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가.

▨… 하기야 월드컵 참가국들의 자국 대표팀에 거는 기대와 승리에 대한 열망은 한결같이 비상식적임을 우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미 경험했었다. 16강 진입도 어려울 것만 같았던 우리 축구팀이 8강, 4강으로 파죽지세로 치닫자 나라 전체가 축구라는 태풍 속으로 휘말려들었다. IMF의 절망감을 떨쳐낼 수 없었던 젊은이들이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한민국’을 통곡하듯이 외쳤었다.

▨…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인공지진’이 일어났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멕시코팀의 로사노가 독일의 골문을 여는 순간, 멕시코 지진관측기관인 심사(SIMMSA)가 멕시코시티의 지진센서에서 인공지진을 감지했다는 것이다. 수백만의 멕시코인들이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보다가 열광하는 바람에 생긴 인공지진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진도 가능할까, 어안이 벙벙했지만 멕시코인들도 우리처럼 삶에서 기쁨을 찾고 희망을 찾기는 쉽지 않았나 보다. 그 안타까운 마음이 축구를 통해 인공지진으로 나타난 것 아닐까.

▨… 한국팀은 잘 싸웠지만 이번 대회에 처음 등장한 비디오판독(VAR) 때문에 페널티킥 실점으로 무너졌다. 한때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하던 FIFA도 공정한 심판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어 비디오판독이라는 과학기술을 도입했고 그 과학기술에 우리팀은 발목을 잡혔다. 앞으로는 축구심판도 인공지능(AI)이 맡게될 날이 오지 않을까란 의문이 문득 떠오르는 경기였다.

▨…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는, 멕시코인들이 인공지진을 일으키는 열정을 감안하면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스포츠는 이미 경기가 아니라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게 하는 어떤 종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교회는 현대인이 스포츠에 쏟는 열정만큼 자신의 삶에, 믿음에 열정을 쏟게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아놀드 토인비였던가. “사람에게 사는 기쁨과 희망을 주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고 기독교를 질타했던 사람이… 그렇다. 인간 회복의 길은 삶에 기쁨과 희망을 줄 때 비로소 열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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