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최근 필리핀에서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수감된 백영모 선교사에 대해 지속적인 영사노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당국이 백 선교사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한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외교부의 이번 발표에 백 선교사 석방대책위는 물론 현지 교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백 선교사가 폭발물 및 불법무기류 소지 혐의로 안티폴로 경찰에 의해 체포·구금된 지가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이제야 영사노력을 노력하겠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도대체 필리핀 대사관은 뭐하고 있다가 이제야 영사적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백 선 선교사의 불법 구금을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우리나라 당국은 국민의 안전과 신변 보호보다는 언론 보도를 더 비중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백 선교사가 강제 구속된 후 주필리핀대사관에서는 다음날 바로 백 선교사와 가족을 면회하고 체포상황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또 필리핀 경찰청장 등 현지 당국 관계자들을 면담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과 함께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대사관 측이 인신 구속이 계속되고 언제 풀려났는지 알 수도 없는 우리 국민을 위해 어떤 외교적 노력을 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백 선교사는 여전히 비참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외교당국의 이번에 백 선교사를 위해 영사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언론보도에 책임을 피하려는 면피용이다. 현지 인사에 따르면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영사의 입장이었다고 한다. 사실 영사 조력이라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변호사의 정보를 주고 해당국에 불이익을 주지말라고 요청하는 정도이다. 이런 일은 영사뿐만 아니라 현지 한인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을 호들갑스럽게 발표한 것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외교당국이 죄 없이 억울하게 감금된 백 선교사를 이미 범죄 혐의자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백 선교사의 신변을 경찰서 구금시설에서 교도소로 이감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불구속 수사를 촉구한 것이 아니라 납득되지 않는 절차에 따라 불법 감금된 우리 국민을 타국의 교도소에 가두고 수사하라는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현지 필리핀 대사관이 백 선교사의 사태를 얼마나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외교당국을 어떻게 믿고 백 선교사의 신변 문제를 맡길 수 있단 말인가.

백 선교사의 억울한 구금은 백 선교사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우리 국민이나 선교사가 이런 억울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 특히 필리핀에서 이런 셋업 범죄, 올가미 범죄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무슨 조치를 했는가. 외교관이 영사적 노력이전에 선량한 우리 국민이 더 이상 범죄에 희생되지 않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백 선교사와 같이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입은 재외국민은 2016년 한 해만 7,800여 명이다. 그 중 필리핀의 피해가 유독 많다. 정부가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재외국민보호법을 먼저 처리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외교당국이 무고한 백 선교사를 석방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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