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백영모 선교사의 석방을 위한 국민청원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놨다. 현지 대사관을 중심으로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이었다.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듣고도 우리는 반색할 수가 없다. 국민들의 끓는 속을 진정시켜 줄 답변을 기대했지만 원론적 설명만 늘어놓았을 뿐, 사태 해결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영모선교사석방대책위원회는 청와대의 답변에 대해 사실관계 조차 맞지 않고 답변 태도 또한 무성의해 실망스럽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백 선교사의 석방을 간절히 바라는 염원마저 짓밟았고, 백 선교사를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밀어 넣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청원한 당사자인 백 선교사의 부인 배순영 사모도 “청와대가 왜 사실과 전혀 다른 답변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 챙겨보라고 현지 대사관에 지시하겠다며 백 선교사의 석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한 되풀이했지만 솔직히 믿음이 안 간다. 언제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수수방관하다가 사실관계 조차 파악도 못하고 있으니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번 청와대의 부실 답변의 책임은 전적으로 청와대에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지 필리핀 대사관에 있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의 청원이나 민원을 접수하는 창구 역할만 할 뿐 이를 파악하는 곳은 현지 필리핀 대사관의 몫이다. 대사관에서 파악한 내용이 외교부와 청와대 외교정책비서관실을 거쳐 국민청원의 답변으로 나오는 구조인데, 대사관에서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 이번 답변에서 드러났다.

현지 대사관이 처음부터 백 선교사의 사건에 적극 대처하고 영사적 조력을 충분히 했다면 배 사모가 굳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신청했겠는가. 오랜 수감 생활로 몸무게가 10kg 가까이 줄고, 피부병에 폐결핵까지 걸린 백 선교사를 면회만 했더라도 건강하다는 황당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는 정녕 이번 일에 전혀 잘못이 없는가. 적어도 답변 이전에 청원 당사자나 대책위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청취했다면 부실한 답변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브리핑 앞뒤로 대통령 휴가 얘기를 하는 등 청원자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은 답변 태도도 매우 적절하지 못했다. 이는 백 선교사와 그 가족과 청원한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청와대의 이번 답변을 보면서 도대체 국가나 정부란 게 무엇인가를 되묻게 된다. 우리 국민이 억울하게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그 이유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며 내세운 모토다. 그러나 이번 답변에서는 문 대통령의 그런 약속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가 답만 내놓는다고 국민과 다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통보다 못한 분통만 더 넘치게 만들었다.

청와대는 잘못된 답변 내용을 다시 수정해 발표하고 백 선교사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끝까지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필리핀에 구속 수감된 대한민국 국민을 더 이상 그냥 놔둬선 안 된다.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국가의 힘을 총동원한다. 외교적 수단과 압박을 통해 필리핀정부를 움직여 백 선교사의 석방을 이끌어내는 정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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