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영양소 나누는 ‘섬마을 교회’
매달 16곳에 선교비 보내며 국내외 선교 실천
나라 위한 기도회도 40여 년 … 지역섬김도 앞장

▲ 전북 부안의 식도교회는 작은 섬교회지만 꾸준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교회 건축 빚도 있는데 선교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어려워도 선교비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는데 계속 보내야합니다”

▲ 박영빈 목사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배타고 1시간 가량 가야하는 식도교회(박영빈 목사)는 작은 섬교회이지만 매달 16곳에 선교비를 보내며 국내외 선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매달 보내는 선교비는 총 130만 원. 다른 교회에 비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교인 25명의 작은 교회, 예전에는 목회자 사례비 지급도 어려웠던 곳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후원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선교해야 부흥합니다”
식도교회가 처음부터 선교비를 보낼 정도로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목회자 사례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운 날이 태반이었다. 그런 식도교회에 전환점이 온 것은 선교사 파송을 통해서였다.

1992년 식도교회는 첫 선교사를 파송했다. 당시에는 지방회의 큰 교회들도 해외선교사 파송이 쉽지 않았던 때라서 식도교회의 선교사 파송은 지방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3후원(매달 30만 원)이었지만 우태복 선교사(러시아)를 처음으로 파송했고 교인들은 이때부터 적은 금액이라도 선교비를 헌금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재정 형편에서도 선교비를 보내고 선교사들을 위한 기도를 시작하면서 교회에 변화가 찾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재정이 늘어난 것이다. 미자립교회였던 식도교회는 조금씩 재정이 늘어 자립교회가 되었고 해외선교와 국내 교회 지원 등으로 후원을 늘리게 되었다.

또 다른 변화는 성도들의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섬교회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선교는 식도교회의 확고한 가치관과 사역 방향이 되었다. 지금도 매주 구역예배 헌금은 오롯이 선교헌금으로 사용한다. 때문에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구역예배는 방학이 없다. 매주 드리는 구역예배가 성도들에게 영적 양식이 되고 그들의 헌금이 선교지에서 귀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5월 열린 고려인 초청잔치
이런 원칙은 건축 빚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예외없이 지켰다. 2014년 교회를 건축한 식도교회는 3억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면서 “선교비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선교지는 한 곳도 줄이지 않았다. 또 선교비를 늦게 보낸 일도 없었다. “우리의 선교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곳이 있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지금도 식도교회는 매달 해외선교지 2곳과 국내교회 11곳, 문준경순교기념관과 서울신대, NGO 단체 소중한 사람들 등 총 16곳에 선교비를 보내고 있다. 박영빈 목사는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꾸준히 도울 수 있는 것은 성도들의 헌신과 나눔 덕분”이라며 “선교를 해야 교회도 성장하고 부흥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 우리에게는 큰 영적 자산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지역을 섬기고 나라와 민족을 품다
식도교회의 나눔과 헌신은 선교비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매년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 사랑의 밥상 나누기
식도 지역의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부터 군산 교도소 위로 방문, 요양원 봉사, 서울역 급식 봉사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주어진 사명을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해 7월에 연 경로잔치에는 마을 주민 15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주민 수가 22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교회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미신이 많은 섬에서 교회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고려인들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고 부채춤 공연으로 위로와 사랑을 전했다. 당시 식도교회의 활동은 현지에서도 큰 주목을 받아 현지 신문 1면에 게재됐다. 이후 식도교회는 그때 만났던 고려인들을 교회로 초청해 한복을 선물하고 지역 관광 등 정성껏 섬겼다. 

섬교회의 특성상 봉사할 때마다 배 시간과 날씨가 맞아야 하고 재정도 두배 이상 필요하지만 섬김 자체가 이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과거 누군가의 헌신으로 식도 지역에 복음의 씨가 뿌려졌고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없었다면 식도교회가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눔과 섬김은 식도교회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가 된 것이다.

또한 매년 3.1절과 부활절, 광복절, 추수감사절이 되면 지역 교회들과 함께 연합예배를 드리며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한다. 박영빈 목사는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많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지켜온 신앙 정신이 연합예배로 돈독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합예배는 이후에도 우리가 이어가야 할 신앙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도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도회를 여는 등 지역과 국가를 품는 식도교회의 활동은 다양하게 이어져 왔다.

미래를 꿈꾸며 도약을 준비하다
내년이면 창립 55주년을 맞는 식도교회는 또 다른 미래를 꿈꾸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교회를 봉헌할 계획이다. 2014년 새 예배당을 건축한 식도교회는 내년 봉헌이 목표이다. 당시 7억 원의 건축비 중 3억 원을 대출했는데 건축 5년 만에 빚을 모두 청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교인들이 한마음으로 헌금을 모으는 중이고 봉헌을 통해 하나님께 더욱 헌신하겠다는 비전도 공유했다.

▲ 노숙자 섬김 봉사
건축비 상환을 목표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교인들의 의지와 노력도 있지만 한 독지가의 도움도 컸다. 식도교회의 사역 이야기를 듣고 한 독지가가 박영빈 목사에게 연락을 해 기꺼이 1억 원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또 다른 계획은 지금보다 선교비 후원을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 지원하고 있는 선교지에 대한 재정을 더 늘리고 도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더 후원할 계획이다.

마지막 목표는 새 일꾼을 세우는 것이다. 식도교회는 지난 6월 오랫동안 헌신했던 박정근 장로를 원로장로로 세운 후 아직 장로가 없는 상황이다. 박정근 장로의 뒤를 이어 헌신할 새 일꾼들을 세우고 선교비전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온 교회가 기도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꾼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박영빈 목사는 “우리가 뛰어나거나 능력이 많아서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께 늘 감사드린다”며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섬기고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해 노을보다 아름다운 식도교회’, 이들의 설명대로 식도교회의 아름다운 섬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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