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도우면 나도 행복해요”
독거노인·시각장애인 등 섬김·나눔 앞장

8월의 마지막 날, 시각장애인 9명이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평소 외출조차 자유롭지 않은 그들이 처음으로 1박 2일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제주여행길에는 이들의 눈과 귀가 되고자 성락교회(지형은 목사) ‘더나눔’ 봉사부원 12명이 동행했다. 봉사부장 이성도 장로(사진)도 바쁜 일과를 뒤로 하고 봉사자 대열에 합류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제주도여행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 제주도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성도 장로의 생각은 달랐다. 비록 앞을 못 보지만 일반인보다 더 예민한 신체 감각으로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리라고 생각했다.

이 장로의 생각대로 시각장애인들의 제주도여행은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시원한 바람을 마셨다. 시각장애인끼리 엄두도 못 낼 제주도여행을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경험한 것에 대해 감사의 고백이 터져 나왔다.   

더나눔 봉사부장 이성도 장로는 6년째 봉사부만 맡고 있다. 원칙적으로 2년마다 부서를 바꿔야하지만 본인이 봉사하기를 즐기고 주위에서도 이 장로의 은사를 알기에 오히려 봉사부 일을 권하고 있다. 봉사부 명칭인 ‘더나눔’은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과 나눔에 앞장서자는 의미로 지형은 목사가 지은 것이다.       

이성도 장로는 그동안 더나눔 봉사부를 통해 성동구지역 독거노인 식사대접, 이불세탁, 반려식물전달, 지역사회 꽃길조성, 거리청소, 연탄배달, 미자립교회 리모델링, 장애독거노인 집수리, 조손가정 어린이 도배·장판 봉사,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 재능기부, 치과 무료치료 등 사랑과 섬김의 사역을 펼쳐왔다.

“남을 섬기는 ‘은사’가 있는 것 같다”고 물으니 그는 손사래를 치며 “내 진짜 은사는 봉사자를 모으는 일”이라고 했다. 성락교회 인근의 지역을 살펴 필요한 봉사를 기획하고 그 일에 맞는 봉사자를 모집하여 일을 추진하는 게 진짜 은사라는 것이다.

이 장로가 봉사부에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된 데는 아버지 고 이석용 원로장로의 영향이 컸다. 이석용 원로장로는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성락교회를 출석하면서 장례부서만 24년을 섬겼다. 장의사가 많지 않던 당시에 이 원로장로는 성도들이 초상을 치르면 찾아가 고인의 염을 해주며 장례를 도왔다. 남들이 기피하던 장례 일을 내 일처럼 성실히 돕던 이석용 원로장로의 모습은 아직도 교회 안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시엔 아버지가 장례부서에서 일하시는 게 솔직히 싫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해도 될 일을 오랫동안 놓지 않고 계시는 게 이해가 잘 안 되었어요. 나중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많은 교회 어르신들이 제 손을 잡고 아버지가 봉사하신 일에 대해 고마워하시는 것을 보고 남을 돕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보람된 것인지를 깊이 깨달았죠.”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이성도 장로의 인생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날로 번창하던 개인사업이 하루아침에 망했던 경험도 있다. 그 때 그의 주머니에는 단돈 3만 원이 남았다. 그 돈으로 서울 청계천의 한 가게에서 핸드카트 한 대를 사서 배달 일을 하며 재기를 꿈꿨다.

몇 푼 안 되는 차비를 아끼려고 열 정거장 넘는 거리를 카트를 끌고 배달하기도 했다. 낮에만 일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밤에는 모 호텔에서 청소 일도 했다. 몸은 고되었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특별 신앙훈련이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을 고생하던 중 큰 기업체를 운영하던 지인으로부터 한 물류회사를 맡아 달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드라마틱한 하나님의 역사에 그는 깊이 감사하면서 더 낮은 자세로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일에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평소 시각장애인들을 섬기고 돕는 일에 앞장섰던 이 장로는 얼마 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성도들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30여 권 녹음한 바 있다.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제작은 성도들의 호응 속에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밴드 2팀을 구성해 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또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시와 협력하여 재능기부로 참여할 연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섬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이성도 장로는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