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울려 퍼진 클래식 선율 행복을 선물하다
인천음악협회 연주자·성악가 재능 기부

“클래식이라고 하면 세련된 도시인이 연상돼 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우리 섬에서 클래식 음악을 직접 접하고 보니 꿈만 같습니다.”

지난 9월 27일 저녁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 이작교회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지니 주민들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문화 공연과는 거리가 멀었던 조용하고 한가로운 섬에서 소박하지만 정겨운 클래식 음악회가 열렸다.

이작교회(박승로 목사) 창립 35주년 기념 ‘찾아가는 섬 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열린 섬마을 음악회다. 인구 200명인 작은 섬 이작도에서 클래식 음악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변변한 문화 공연장도 없는 이곳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모처럼 작은 교회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동화작가 김수영 권사(인천제일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음악회에서 마을 주민들과 성도, 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지인 등 약 70명은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이색적인 클래식 음악회를 바로 가까이서 생생하게 들었다. 그것도 악기와 곡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져 쉽게 음악회를 즐겼다.

첫 무대는 색소폰 앙상블이 장식했다. 알토 색소폰, 테너, 바리톤 등 색소폰 4중주는 색소폰이라는 악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중적이면서도 친숙한 재즈곡과 바흐의 ‘예수 만인의 기쁨’ ‘저 장미 위에 이슬’ 등 성가곡을 음악에 대한 해설과 함께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이작도 첫 클래식 공연
주민 곁으로 다가가
곡과 해설 곁들여
멋진 가을 추억 선사

메조 소프라노 신현선 교수(서울 종합예술실용학교)와 바리톤 권영만 교수(한국종합예술학교)는 무대와 관객석을 넘나들며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권 교수는 “음악회는 원래 작은 방에서 시작됐다. 좁은 곳에서 모처럼 좋은 음악을 감상하시길 바란다”며 ‘폭풍 뒤엔 눈부신 해가 뜬다는 걸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오 솔레 미오(오 나의 태양)를 불렀다. 신 교수도 ‘아침의 노래’ ‘그리운 금강산’ 등을 열창했다. 또 듀엣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불러 깊어가는 가을밤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시인 김수영 권사는 ‘가을의 침묵’이라는 자작시를 낭송하며 가을의 운치를 더했다. 클라리넷, 트럼펫, 트럼본, 색소폰 등으로 구성된 금관 앙상블은 다양한 음색의 악기들을 통해 성자의 행진곡 ‘넬라판타지아’ 등 고전 클래식 음악부터 현대 대중적인 곡까지 선사했다.

관객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냈고, 환호성과 함께 앵콜을 외쳐서 음악회가 당초 1시간도 보다 30분 넘게 길어졌다. 객석에서는 “밤새워 (공연) 합시다”라는 말도 나왔다.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음악회를 관람한 이주연(41세) 씨는 “섬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공연을 가까이서 보며 감상할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면서 “악기와 곡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마을 이장 강태무(57세) 씨도 “정통 클래식 연주는 섬에서 처음이었지만 색다르고 좋았다”며  “교회는 안 다니지만 좋은 목사님이 와서 지역에 좋은 일을 베풀고 있다. 섬 사람들이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음악회는 (사)인천예술총연합회 (회장 이종관) 인천음악협회가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섬마을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물하고 이작교회의 3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처음으로 직접 섬을 찾아 음악회를 마련했다. 

이종관 인천 예총회장은 “처음으로 찾아가는 섬 음악회를 열어 뿌듯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공연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특별한 공연을 선물한 박승로 목사는 “여러 예술가들의 재능기부와 교회 성도들의 섬김으로 격조 높은 음악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며 “음악회를 통해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 가득 피어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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