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노하우 공유·상담 등 역할 부여해야
은퇴 목회자 위한 보금자리 마련 고민도

100세 시대를 향하고 있지만 목회자의 은퇴 연령은 70세이다. 만약 조기 은퇴를 한다면 최소 10년에서 30년 이상을 ‘수입 없이’ 혹은 ‘할 일 없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목회자들이 별 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이 현실이다. 

평생 목회만 해 온 목회자들에게 은퇴는 무기력과 우울증에 쉽게 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성과심리치료학회 이정기 교수는  “모든 은퇴자들이 대부분 무기력증을 겪지만 목회자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역했기 때문에 관계의 단절로 인한 허무함이나 고독감을 더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은퇴 목회자들을 위한 사역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은퇴 목회자들의 목회 노하우를 현장에 접목하면 효과적인 사역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성도들을 심방하는 법부터 좌절과 고난을 극복하는 방법 등 오래 목회한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사역 노하우는 무궁무진하다. 은퇴 목회자들에게 제2의 사역의 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리교단 은퇴 목회자들로 구성된 가나자비량선교회(회장 백장흠 목사)는 2012년 설립 후 활발하게 사역 중이다. 이들은 국내 교회는 물론이고 해외신학교 등을 방문해 강의와 세미나로 목회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이미 오래 전에 은퇴했지만 아직 그들의 조언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말씀을 전하고 강의를 하는 것이다.

은퇴목회자의 안정된 노후를 위한 교단의 노력도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 교단은 타 교단에 비해 연금제도가 잘 되어 있는 편에 속한다. 전도사 때부터 연금을 납부하면 풍족하지는 않아도 최소한 노후를 대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조사에 따르면 공제회에 가입하지 않거나 자격이 정지된 목회자가 1,7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역자의 25%나 되는 수치이다. 많은 교역자의 노후가 불안하다는 신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목회자의 대다수가 재정형편이 어려운 작은 교회의 목회자라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후 연금이 유일한 대안인데 자격이 정지되어서 혜택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대안으로 지방회 차원의 지원이 제시되었고 많은 지방회에서 작은 교회를 위한 선교비나 전도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더 확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우리교단에는 은퇴 여교역자들을 위한 쉼터는 있지만 은퇴 목회자와 부부를 위한 쉼터는 없다. 은퇴 이후 삶을 온전히 개인과 교회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 직장에 다녔다면 퇴직금이라도 있겠지만 상당수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퇴직금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교단은 최근 윤성원 총회장이 은퇴 교역자 및 성결인들을 위한 성결 빌리지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은 충분한 연구와 조사가 요구된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김충섭 목사, 기장)의 은퇴 목회자를 위한 마을 공동체 건립 구상은 눈여겨 볼만 하다. 기장총회는 가칭 패스터스 빌리지(Pastor ’s Village)로 교회와 은퇴 목회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총회가 거처를 마련해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장 총회는 ‘원로목사’ 제도가 없기 때문에 원로 목회자의 처우가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계속 되자 총회가 은퇴 목회자를 위한 거처를 준비했다.

물론 은퇴 후의 삶과 사역은 목회자의 몫이다. 몇몇 목회자들은 원로목사로 추대되어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순회 설교자나 선교사로 제2의 사역을 시작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60세 이전에 은퇴해 노후 걱정을 하는 평신도들에 비해 목회자들은 70세까지 보장받는데 은퇴 후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고 되묻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평생을 목양에 헌신한 목회자를 돌보는 일은 각 교회와 지방회, 교단이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다. 전 총회장 이정익 목사는 “한참 열정을 다해 사역해야 할 목회자가 은퇴 후를 걱정하고 노후에 신경을 쓴다면 제대로 된 목회가 되겠는가”라며 “은퇴 후에도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전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교단도 은퇴목회자 복지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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