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뻣뻣하다고?②

‘명불허전!’ 이 말이야말로 정확하게 모세에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궁중 교육과 언어 교육을 받았던 모세가 사용한 소위 자기 비하의 표현 속에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의도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간결하고 매우 논리적이었음을 여지없이 보여 줍니다. 성경을 읽다가 웃음을 터뜨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마도 성경의 그 어떤 인물이 “나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이토록 세련되고 깔끔하게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치 1+3=? 이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온 사람 앞에서 “난 수학의 수(數)자도 몰라”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수학을 못하는가 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어려운 미분 적분의 수학공식을 사용하여 “이것 봐 내가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누가 보기에도 너무 복잡하쟎아”하면서 머리를 툭툭치는 천재 소년의 모습과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3권 분립이 되어 있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모세가 애굽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기하학과 천문학, 그리고 논리학은 물론 웅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능수능란 했어야 합니다. 비록 광야에서 40년간 지내는 동안 학문의 예리함은 어느 정도 무뎌졌음을 감안한다고 해도 여전히 애굽의 실력자다운 잠재된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성경에서 모세에 대하여(행 7:22) “…애굽 사람의 모든 지혜를 배워 그의 말과 하는 일들이 능하더라”라고 한 증언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하나님은 모세에게 그를 대변할 대변자 형 아론을 붙여 주셨습니다만, 성경 어느 곳에서도 아론이 모세를 대신하여 대변하였다는 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아론조차도 모세의 실력을 알고 감히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모세는 무엇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언변에 대한 말을 하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모세의 첫 번째 처절한 실패에서 찾을 수 있어 보입니다. 모세가 히브리인의 다툼에 휘말렸을 때의 일입니다. 그들을 뜯어 말릴 때 모세는 왕궁에서 배운 법률적인 지식을 가지고 그들의 과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이러한 태도를 마땅찮게 여겼던 다툼의 당사자들은 “누가 너를 우리를 다스리는 자와 재판관으로 삼았느냐”라고 항의합니다. 모세 나름대로의 헌신이 보기좋게 거절당한 것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네가 애굽 사람을 죽인 것처럼 나도 죽이려느냐”는 당당함에 눌려 그의 열정은 무참히 무너지고야 말았습니다.

이 일로 인하여 모세의 광야 은둔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논리학이나 법률적인 면에서 전문가였습니다. 모세만한 탁월한 능력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이들에게 자신의 논리한 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채 실패하였고, 이 사건은 모세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이는 모세가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라고 자신을 비하하면서까지 하나님의 명령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이유입니다.

40년 광야 생활 가운데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뒤처지게 되었다고 생각한 모세의 변명 속에는 “한참 열정이 넘쳐나고 의욕이 있을 때에는 내버려 두시다가 이제 와서 자신을 사용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의도를 알지 못하겠다”고 하는 항의조의 감정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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