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 보듬는 선한 청지기”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때 회복이 일어납니다. 한자로 심통심통(心痛心通)인데요. 이게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서구청 부구청장 문홍선 안수집사(엘림교회·사진)의 명함에는 ‘강서구 부구청장 心痛心通 문홍선’이라는 글귀가 인쇄되어 있다. 심통심통은 ‘마음이 아파야 마음이 통한다’는 의미로 그의 호이기도 하다. 그가 이런 독특한 호를 갖게 된 것은 몇 년 전 성북구청 부구청장 재임시절이다.

당시 성북구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만 명이 넘을 정도로 어려운 주민이 많았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수는 극히 적어 수급자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 보호는커녕 복지사의 처우도 매우 나빴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문 안수집사는 직접 수급자들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보호사들에게 추천받은 수급자 가정들을 방문해 쌀과 음식을 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하루에 5가정을 방문해 30분씩만 만나도 3시간이 훌쩍 넘는 강행군이었다. 주변에서는 “부구청장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며 만류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명절과 휴가 시즌을 제외하고는 문 안수집사는 이들과의 만남을 계속 이어갔다.

빡빡한 일정 탓에 쉽지 않은 가정 방문이었지만 수급자들을 만나면서 그의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그분들을 만나면서 돈과 물질보다  ‘아픈 마음에 공감하고 마음이 통해야 회복이 일어난다’는 것을 배웠다”며 “그때부터 심통심통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후 강서구청으로 부임한 문 안수집사는 이번엔 편지쓰기를 시작했다. 은퇴를 얼마 앞두지 않아 그의 현장 방문이 ‘향후 선거를 위한 초석’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복지사의 처우가 열악했던 과거보다는 사회복지사의 수도 크게 늘고 수급자들에게 안정된 복지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도 이유였다.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희망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했다. 그가 좋아하는 글과 시, 자신이 품고있는 생각과 상대방에 대한 격려 글로 편지를 써서 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그가 쓰는 편지는 일 년에 1,000통이 넘는다. 직접 붓펜으로 한 글자씩 적기 때문에 편지쓰기에 소요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그는 편지쓰기를 자신의 사명 중 하나처럼 여겼다.

그는 “메신저와 이메일 등으로 빠르게 소통하는 시대에 편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주고 상대방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며 “정성껏 적은 편지를 받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웃어 보였다.

부구청장으로 매일 바쁜 삶이지만 교회 일에도 늘 최선이다. 특히 관공서의 특성상 주말에 행사가 몰려 있고 인사를 다녀야 할 곳이 많지만 주일만큼은 반드시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주일성수를 위해 “제가 토요일까지 모든 행사를 책임지겠으니 주일만큼은 양해해 달라”고 구청장에게 요청할 정도이다.

또한 장학위원장, 선교위원장, 재정위원장 등 교회의 주요 부서에서 최선을 다해 섬겨왔다. 매일 새벽예배 후 교단 묵상집을 한 장씩 교회 밴드에 올려 교인들의 묵상을 돕는 일도 그의 몫이다. 매일 올리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성격 탓에 한번도 거른 날이 없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주일성수와 십일조 생활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다”며 “예수님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에서 영적으로 충만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의 살림을 책임지는 부구청장으로, 때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희망 전도사로, 교회에서는 묵묵히 섬기는 일꾼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문홍선 안수집사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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