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백인제 가옥 등 개화의 발상지
곳곳에 새겨진 기독교 역사 흔적도 볼거리
최석호 교수, 색다른 ‘골목길 역사 산책’ 제시

고즈넉한 한옥의 멋이 살아있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북촌. 북촌은 근대의 활시위를 당긴 개화의 발상지다. 구불구불한 북촌의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서린 역사 이야기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북촌길은 개화길” 
‘골목길 역사산책’ 시리즈를 펴낸 서울신학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최석호 교수는 북촌을 ‘개화길’이라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북촌의 골목길에서 가회동 ‘백인제 가옥’, 3.1독립만세운동을 처음 계획한 ‘중앙고등학교’, 맹사성 대감 집터 ‘북촌동양문화박물관’ 등 조선시대 말 개화기 역사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알렌 선교사가 세운 왕립병원 ‘제중원’의 터, ‘윤보선 대통령 가옥’과 ‘안동교회’ 등 기독교 역사도 안내했다.

일반적으로 도보관광지로 잘 알려진  ‘북촌8경’의 코스가 있지만 최 교수는 수많은 연구와 탐방 끝에 찾아낸 코스로 박규수 집터, 백인제 가옥, 중앙고등학교 삼일당, 고희동 가옥, 북촌한옥마을, 북촌동양문화박물관, 정독도서관, 조선어학회 터, 윤보선 대통령 가옥, 세계어린이운동 발상지, 운현궁의 순서를 추천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관광객들이 걷는 경로가 아닌 골목길 곳곳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로 색다른 북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중원’에서 시작되는 역사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북촌로를 따라 걸으면 제일 먼저 헌법재판소 오른쪽에 위치한 우리나라 첫 근대식 왕립병원 재동 제중원의 터를 만나게 된다. ‘제중원’은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칼에 찔려 생사가 위독했던 민영익을 치료한 알렌 선교사가 고종의 신임을 얻어 설립한 병원이다.

그 뒤편에는 북학파 좌장 연암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 집터’가 있으며 그곳에는 천연기념물 제8호 백송이 자리해운치를 더한다.

헌법재판소를 나와 가던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 왼쪽 골목에 들어서면 ‘백인제 가옥’이 있다. 백인제 가옥은 1909년 조선박람회에서 처음 소개된 근대식 한옥으로 압록강 흑송을 재료로 2층으로 지어져있으며 창은 유리창을 사용해 일본식과 서양식 특징을 갖고 있다. 

백인제 가옥 길 건너편 골목길 북촌로8길을 가로질러 계동감리교회를 끼고 오르막길을 오르면 ‘중앙고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안에 있는 숙직실 삼일당은 1919년 동경유학생 송계백, 중앙고등학교 송진우 교장, 현상윤 교사가 회합을 하면서 3.1독립만세운동이 불붙기 시작한 곳이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한 중앙고등학교에서는 일본인 관광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눈에 내려다 보는 북촌 전망
중앙고등학교를 나와 왼쪽으로 200미터 가량 끝까지 걸어가면 길 왼쪽에 고희동 가옥이 있고 북촌로12길 중간쯤에는 ‘가회동 2층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입장료 3천 원만 내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북촌의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북촌로12길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 한옥치과 ‘이 해박는 집’을 끼고 쭉 올라가다 골목이 갈라지는 곳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다시 오른쪽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북촌한옥마을’이 나온다. 북촌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시대 건축왕 정세권이 만든 한옥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정세권은 북촌 일대에 한옥을 지어 일본인들의 북진을 막고 북촌을 지킨 독립운동가다.

북촌한옥마을에서 벗어나 근처 언덕길에는 맹사성 대감의 집터인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이 있고 내리막길 끝 왼편 작은 골목에 들어서 담장을 따라 걸으면 김옥균·서재필 등 개화파 인물들의 집터인 ‘정독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다.

‘조선어학회’지나 ‘운현궁’까지
박물관 계단을 내려와 북촌로5길 건너 맞은편을 걷다보면 윤보선길과 율곡로3길이 만나는 삼거리 모퉁이에서 ‘조선어학회 터’를 볼 수 있다. 조선어학회 터 왼쪽 담장 안에는 ‘윤보선 대통령 가옥’이 있으며 바로 앞에는 안동교회가 있다. 윤 대통령 가옥은 현재 그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곳은 1년에 한 번, 안동교회(황영택 목사)에서 주최하는 지역주민 초청 고택음악회 때 개방된다.

윤보선길을 끝까지 걸어 나가면 안국역 네거리에 바로크양식으로 지은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있고 그 앞에는 소파 방정환이 세계어린이운동을 시작한 발상지 비석이 세워져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흥성대원군의 집이었던 ‘운현궁’을 볼 수 있고 여기서 좌측으로 걸어가면 안국역, 우측은 익선동한옥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

역사인식 제고하는 의미 있는 시간
북촌 개화길은 쌀쌀한 날씨에도 옷깃만 든든히 여민다면 언제든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소요시간은 각 장소를 꼼꼼히 돌아보고 살피려면 반나절 정도 예상하면 된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개화길 산책로는 가족, 연인, 친구 등 누구와 함께 와도 좋은 장소가 될 것이다. 덧붙여 이곳에서는 기독교 역사도 엿볼 수 있어 교회 소그룹 원들끼리 방문해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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