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을 가차없이 발가벗겨버리는 작업을 감당해온 이들은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소설가들일까, 프로이트 같은 심리학자들일까. 판단의 몫은 각자에게 남겨지겠지만 심리학자 최인철에 의하면, “심리학은 우리 마음이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로 가득 차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프레임’)있다고 한다. 하기야 무의식의 세계 그 밑바닥까지 들추어내는 것이 오늘의 심리학의 본령 아니겠는가.

▨… 심리학자 조던 B. 피터슨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거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과 말을 관찰하기 위하여 “자신을 둘로 분리했다. 하나는 말하는 나, 다른 하나는 그런 나를 조금 떨어져 관찰하고 판단하는 나로.”(‘12가지 인생의 법칙’) 그 결과는? 피터슨은 고백했다. “내가 하는 말 대부분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 한국교회는 2000년대 들어 ‘개독교’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새 이름을 얻었다. 그런가 하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교회 출석은 거부하는 소위 ‘가나안’ 교인의 수가 놀랄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임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보고서 등 여러 통계가 확인해주고 있다. 한국교회는 경쟁하듯 교회부흥을 입에 달고 기를 쓰고 있는데도 신도 수는 줄어들고 있다. 그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 정확한 진단인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윤식은 ‘2020 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에서 영적인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는 한국교회의 병리, 지도자의 자질 부족, 진리추구보다 교세확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목회방향, 사회에서의 역할 포기 등을 원인으로 지적해준다. 요컨대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며 자신에 대한 반성이 수반되지 않는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계속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제 한국교회와 목사들은 조던 B. 피터슨처럼 자신을 둘로 분리하는 자리로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복음을 증거하는 나와 그 증거하는 나를 관찰하는 나로···.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증거하는 복음을 나의 삶이 뒷받침하고 있음이 증명되어진다면 한국교회의 새로운 유행어 “너나 잘하세요.”는 사라질 것이다. 가나안 교인들도 교회로 돌아올 것이다. 목회자들의 자기인식은 하나님의 종들이기에 심리학자들 보다 더 냉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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