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사순절기가 찾아왔다. 3월 6일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을 기억하며 경건을 수련하는 기간이다.

사순절의 핵심은 경건과 절제, 희생과 나눔의 정신이다. 역사적 기독교는 이 사순절의 의미를 철저하게 지켰다. 초대교회는 사순절을 교회의 절기로 가장 먼저 정하고 이 기간에는 절제하며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며 경건을 추구하였다. 한국교회도 이 사순절 기간을 맞아 더욱 주님의 비우심을 마음에 새기고 경건과 거룩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을 사순절에 한정해서는 안 되지만 이때만이라도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먼저, 그리스도의 고난의 삶을 기리며 회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사순절에는 머리에 재를 얹고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전통이 지켜져 오고 있다.

예수님과 함께 고난과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 순례자로서 자기 부인의 기회로 삼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통회와 회개, 희생을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노력도 사순절기에 뒤따라야 할 행동이다. 죄를 범했을 때만 회개하는 것이 아니다. 죄가 되지 않더라도 평소 생활습관이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것을 바로 잡는 것 역시 회개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순절에는 ‘그리스도인의 모든 행동 기준은 예수님의 삶과 말씀’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특별히 기도와 절제를 통해 더욱 영적인 성숙을 도모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닮아가야 할 것이다.  

사순절기에 들어서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금식과 나눔 등 여러 의미 있는 절제와 선행을 실천하려 하지만 작심 3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것저것 많이 하려면야 좋겠지만 사순절기 내내 실천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무분별한 욕망을 제어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일상생활 속 불편함을 감수하는 정도라도 의미 있는 경건생활이 될 수 있다.

이번 사순절에는 최소한 한 가지 선행이라도 꼭 실천해보자. 소외된 이웃들에게 가난의 시선을 두어보자. 물질이든 기도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적극 만들어보자. 주님이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된 것처럼 사순절의 절제와 금욕적인 삶이 예수께서 보여주신 이웃사랑의 형태로 드러나야 한다. 사순절 기간 선행을 실천하는 노력은 각자의 신앙성숙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에는 비기독교적 문화를 절제한다는 의미에서 ‘미디어 금식’이 새로운 개인 경건 실천 활동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미디어 금식은 크리스천들이 자발적으로 게임이나 드라마 시청, 영화 관람,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일정 기간 중단하는 운동이다. 신문이나 잡지 등 인쇄 미디어의 사용도 절제하면서 ‘경건’하게 살자는 ‘21세기형 금식’이다. 중요한 것은 사순절 기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를 고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백에 따른 행함이 뒤따라야 그리스도의 뜻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힘들고 어렵겠지만 신앙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사순절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절기를 지키는 것은 결코 형식주의가 아니다. 바로 절기를 지킴으로 주님을 더 깊이 사랑하고, 주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이 걸어가신 그 길을 좇으려는 결단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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