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빨갱이란 표현은 청산해야 할 대표적 친일잔재”라고 못박으며 “빨갱이는 일제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고 지금도 정치적 경쟁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규정했다. 대통령의 ‘빨갱이론’이 정확한 역사적 팩트 위에 세워진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역사가들의 몫이겠지만 그 파장은 ‘북미회담’ 결렬과 맞물려 대한민국을 두쪽나게 만들었다.

▨… 대통령의 빨갱이론에서 여쪽은, 우리나라의 보수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였음에도 친일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야쪽은, 북쪽을 향한 일방통행적 짝사랑에 젖어 빨갱이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아래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 왜, 하필이면 3.1운동 100주년에 문대통령은 빨갱이론을 펼쳐야 했을까. 자신의 재임기간에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쫓긴 탓일까, 아니면 북미회담 결렬로 받은 마음의 상처가 컸던 탓일까. 대통령의 빨갱이론은 앞으로의 정국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3.1운동 100주년만큼은 제대로 흔들어 놓았다. 100주년이라는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핀잔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 1889년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탑을 파리의 마르스 광장에 세웠다. 전 세계인에게 자유와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정신을 전하는 바로 그 에펠탑이다. 3.1운동은 한국교회가 주도한 세계사에 빛나는 민족독립운동이고, 비폭력의 무저항운동이며, 세계평화 추구의 효시라고 우리끼리만 입맞출 것이 아니라, 진정 그 운동정신을 세계인과 함께 기릴 수 있는 에펠탑 같은 것을 전국민의 힘을 모아 만들자고 한국교회가 앞장섰더라면 3.1운동 100주년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 않았을까. 이름깨나 알리기 좋아하는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그것을 모를리는 없었을 텐데 왜 기회를 흘렸을까. ‘하노이 바람’이 야속하기만 하다.

▨… 역사가 마거릿 맥밀런은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추측과 남들의 추측을 조사하여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다른 설명도 가능한지 캐물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의 이름으로 내세우는 거창한 주장이나, 진실을 단정적으로 내뱉는 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로 그의 책 ‘역사 사용설명서’를 매조지했다. 우리의 여야가 역사의 3.1운동을 정쟁에 이용하려는 발상에만 머물러 있는 한 3.1운동이 세계인이 기리는 촛불이 되는 길은 결단코 열릴 수 없으리라. 아니라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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