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로역정의 존 번연은 열 두 해나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하루는 교도관이 “번연씨, 복음전도를 포기한다면 당신을 석방하겠습니다”라고 제안하였다. 번연이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비록 내 약한 생명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고 또 내 눈썹에 이끼가 낀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도움이 되시며 방패가 되시는 하나님만을 의지할 것입니다. 그것이 내 신앙을 더럽히고 내 양심을 욕되게 하는 것 보다 훨씬 옳다고 생각합니다.”

▨… 존 번연처럼 십자가의 길을 가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자신의 소명을 확인할 때 많이 들었던 예화이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목사들도 소득세를 내야하고, ‘안수 교역자(ordained minister)의 역할을 교회 경(운)영의 성패로만 판단하는 지극히 비성서적인 행태가 교회를 삼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성결교회는, 아직은 십자가의 길은 소명이 먼저라는 고집 위에 서있다.

▨… 그 고집으로 142명의 2019년도 목사 안수대상자들에게 60일간의 영성수련일지 작성을 요구했고 3일간의 금식기도성회 참석을 독려했다. 그 결과로 142명의 목사 안수자들로부터 “사나 죽으나 주님 나라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단을 이끌어 냈다. 그 결의를 다시 다짐하며 142명의 새 목사들은 아내와 부모와 가족에게 안수기도를 행하며 목사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 저들, 새 목사들은 알고 있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은 고난의 길이요, 낮아짐의 길이라는 사실을. 그것은 땅에 떨어져 썩어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 한 알의 밀알이 감내해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임을. 그것은 호산나로 상징되는 승리의 길이 아니라 침뱉음 당하며, 채찍에 찢기며, 두 손과 발에 못이 박히는 길임을. 그럼에도 저들은 분연히 서약했다. 하나님이 부르신 소명에 종신토록 헌실할 것을···.

▨… 역시 우리교단 새 목사들의 소명의식은 남다르다. 그 사실을 확인하며 모든 성결인들은 우리 성결교회의 밝은 내일을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들의 소명의식이 꺾이지 않도록 그 가는 길을 뒷받침할 교단의 정책은, 대책은 세워져 있는가? 2000년대의 한국교회의 현실은 매년 1,300여 개의 교회가 문을 닫는다(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편, ‘한국사회와 종교학’)는 보고가 암시하듯 새 목사들의 소명의식 만으로 돌파하고 대처하기에는 너무도 암담하다. 소명의식 강조가 교단이 세운 유일한 대책이라면 그것은 무대책과 무엇이 다른지는 물어야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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