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목사
시내산에서 우레, 번개, 구름, 그리고 나팔소리를 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은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출 20:4)고 명령하셨습니다. 이 말은 히브리어 “로 타아쎄 레하 페셀”을 번역한 것으로써 국어성경의 번역이 잘 되었습니다. 더 이상 나무랄데가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출애굽기 20장 4절의 표현은 아무래도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원문에서의 표현과 비교해 볼 때 국어성경의 표현이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을 만들지 말라”는 국어 표현은 히브리어 “로 타아쎄”를 번역한 말로 ‘말라’에 해당하는 ‘로’라고 하는 히브리어 전치사가 ‘만들지’라는 미완료시제와 결합하여 매우 강력한 금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로’(말라)라는 말 그 자체만으로도 부정을 의미하지만, 성경은 ‘로’라고 하는 말을 문장 초두에 위치시켜 놓음으로써 부정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조금 더 뉘앙스를 살려서 표현하자면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절대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은 기어코 우상을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출 32장).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도자 모세는 단순히 지도자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니 그들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이 더 나을 듯 합니다.

그 모든 기적은 한결같이 모세와 모세의 지팡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 모세가 물과 먹을 것이 제대로 없는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46일이나 지났으니 그들이 얼마나 불안해했는가는 가히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이 때 그들이 행한 일은 바로 금송아지 우상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온갖 동물 형상을 만들어 놓고 우상을 섬기는 일이 그다지 낯선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고대 근동에서 최강 애굽의 왕들이 섬겼던 그 우상의 위력을 그들은 익히 들어왔던 터라 당장 그들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모세의 지팡이 대신 우상을 만든 것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 자구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이 “그 어떤 명분으로라도 우상을 만들지 말라”(히. 로 타아쎄 레하 페셀)는 말을 하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하나님을 잘 잃어버리는 사람들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계기로 잃어버리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늘 조심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그 누구도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중요한 하나님을 잃어버리고 살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옛날 최권능 목사님이라는 유명한 분이 계셨습니다. 이 분은 오직 예수 천당을 외치시며 전도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그 목사님이 신사참배 문제로 일본 순사에게 매를 맞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신음소리 대신 “예수 천당!”을 외치셨다고 합니다.

일본 순사가 듣기 싫었던지 소리를 지르자 최 목사님은 “내 몸에는 예수로 꽉 차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삐져 나오니 듣기 싫으면 때리지 말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생각과 말, 삶 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꽉 차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베드로전서 4장 11절에 보면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 같이 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삶 속에 정말 예수 그리스도께서 꽉 차 계신다면 말을 해도 꼭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을 것입니다. 또 무슨 일을 할 때에도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게 되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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