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시설만 별도 규정없어 영세교회 폐쇄 등 피해 심각
법안마련 위해 교단·교계 나서야

▲ 일관성없는 도시재개발 대책으로 작은교회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4월 22일 재개발 집회에 참석한 백석열린문교회 성도들과 지역 목회자들.
재개발이 시작된다면 땅값부터 들썩이고 희망과 기대가 모아지기 마련이지만 유독 교회는 사정이 다르다.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과 전무하다시피 한 이전대책, 재개발로 인한 성도 이탈 등 여러 고통을 겪으며 폐쇄되는 교회들도 있다. 우리교단에도 약 20개 교회가 재개발 때문에 조합 측과의 소송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서구 검단의 백석열린문교회(김준식 목사)는 70년 전통의 교회지만 하루아침에 교회 건물을 잃게 되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재개발로 대지와 건물 등의 보상금만을 받고 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김준식 목사는 “우리교회 예배당은 1954년 미군 병사들이 건축한 교회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지만 재개발로 인해 교회 건물을 잃게 되었다”며 “지역에서 유일한 교회로 70년 간 오랜 친구와 같은 역할을 감당했는데 개발 논리로 교회를 빼앗기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또 김 목사는 “보상금 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존치를 요청했지만 (조합 측은) 안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만약 이대로 떠난다면 비용적으로도 부담이 되고 결국 교회를 폐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정비법에는 철거되는 주택의 소유자 또는 세입자에게 임시거주 등 조치를 취하게 되어있지만 그마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 신일교회(홍승표 목사)는 30년 전 빈민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고 공부방과 마을도서관 등을 운영하며 지역 복지를 위해 힘썼지만 올해 교회를 철거당할 위기에 처했다. 지역사회와 30년 간 동고동락하며 복지 활동에 힘썼지만 이 마저도 인정을 받지 못해 더욱 참담한 분위기다.

홍승표 목사는 “재개발지역 내 교회 4곳과 천도교 1곳, 불교 1곳 등 종교시설이 6곳인데 종교부지는 2곳 밖에 없고 이마저도 경쟁 입찰로 진행된다”며 “종교시설이 그동안 어떠한 섬김을 실천하고 지역복지를 위해 힘썼는지는 판단하지 않고 단순히 법으로만 판단해 철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홍 목사는 또 도시정비법의 구조적인 허점도 지적했다. 그는 “도시정비법에 는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복지시설 등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종교시설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교계에서 관심을 갖고 종교시설에 대한 규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목사의 주장대로 현 도시정비법에는 종교시설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특히 ‘종교시설의 존치여부’, ‘이전 대책 마련’ 등이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아 늘 법정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서울의 경우에는 종교시설 처리방안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었지만 이마저도 구청마다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재개발 지역 교회를 대상으로 한 교단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년 전국에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단 차원에서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적인 세미나와 포럼 보다는 전국의 재개발 지역과 해당 교회를 파악하고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재개발 지역의 대책마련에 총회와 개교회의 협력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