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현 목사
예정된 행사가 있어 부산을 방문했습니다. 계획된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주최측에서 마련한 숙소로 들어갑니다. 로비에서 받아든 열쇠를 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섭니다. “목사님 숙소는 그쪽이 아니에요!” 다른 숙소로 들어가는 분이 그러십니다. ‘아차!’ 제가 배정받은 숙소는 옆 동 다른 건물이랍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제대로 찾아들어 간 숙소. 들어서자마자 멋진 해운대 밤바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여행 가방을 한쪽에 던져두고 곧장 테라스로 나가 그곳의 야경을 즐겼습니다. “이야! 참 좋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큰 호강입니다.

바닷가 야경을 보고 있자니 밤바람에 살짝 찬기가 느껴집니다. 이젠 다시 방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어?’ 방으로 들어가는 테라스 문이 열리지를 않습니다. 밖으로 나올 때 ‘스르릉’ 자동으로 닫히면서 그대로 잠겨버린 것입니다. 테라스의 문이 이렇게 되어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숙소는 6층, 테라스 쪽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이거 어떻게 해야 한담?’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닫힌 문 옆에 비상 인터폰이 있었다는 것. 간혹 테라스의 문이 잠기는 일들이 종종 있었던 모양입니다. 인터폰의 벨을 누르니 안내하는 직원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여차저차 상황을 전하였더니 곧바로 담당 직원을 보낼 것이라며 안심하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곧 보내겠다는 직원은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인터폰을 한 번 더 누르고 정황을 물었습니다. ‘이런!’ 직원은 이미 현관에 와 있는데, 제가 방으로 들어오면서 문에 걸린 사슬로 된 고리를 걸어 놓아서 그것을 해체하느라 아직도 들어오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 후로 10여분이 지났을까요? 우여곡절 끝에 작업을 마친 직원이 문을 열어주어 무사히 방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방안 테이블에 비치된 컵에 물을 따랐습니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면서 잠시 당황했던 마음을 진정시키며 한숨을 돌려야겠습니다. “쪼로로록!” 컵에 물을 따르는데, ‘어?’ 물이 컵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테이블 위로 퍼져갑니다. 안경을 벗고 있어서 그랬을까요? 컵에 덮여있던 투명한 뚜껑을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 또 실수!’

제 자신이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연속해서 실수를 반복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실수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며 혀를 끌끌 차곤 했었는데, 이러고 있는 제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남의 실수를 볼 때마다 당장에 지적하며 타박하곤 했던 저의 모습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때 생각나는 빌립보서 4장 5절 말씀, “모든 사람을 너그럽게 대하십시오. 주님께서 오실 날이 가까웠습니다.” 정말 지금보다는 훨씬 더 너그럽게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나도 그다지 온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