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기뻐하셨던 에녹 ①

이성훈 목사
성경을 읽다 보면 때로는 말이 안 되고 복잡하다고 여겨지는 부분 때문에 성경읽기를 중단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성경에 종종 등장하는 ‘족보 이야기’나 혹은 레위기의 제사법이나 절기 등이 아마도 그런 경우에 해당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을 자세하게 공부하다보면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 속에는 놀라운 하나님의 구원의 비밀과 예표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창세기의 족보 이야기도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창세기 4장과 5장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의 족보입니다. 창세기 4장은 가인의 후손들이 언급되고 있는 반면, 5장에는 아벨대신 주신 셋이라고 하는 인물의 후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경에 기록된 그들의 수명이 놀랍습니다.

실제로 아담은 930세를 살다가 죽었으며, 셋은 920세를 살았으며, 에노스는 905세를 살았고, 게난은 910세를 살았습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8~900세의 수명을 누렸는데, 2018년 한국인 평균수명이 81.8세인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의 수명은 놀랍기만 합니다.

당연히 그들이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수많은 자녀들을 낳았을 것이라는 추측하는 것은 결코 억측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창세기의 족보는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은 사람들의 이야기로써 한결같이 그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성경 대부분의 인물들이 크리스천들에게 관심의 대상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에녹의 이야기는 우리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아마도 이는 에녹이 죽음을 맛보지 않고 데려감을 당한 인류 최초의 사람이라는 이유와 결코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에녹에 대해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이 에녹을 일컬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자’(히 11:6)라고 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의로운 자’라고 하는 평가를 받는 사람은 간혹 있으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자’라고 하는 평가는 아마도 에녹만이 유일한 평가일 것입니다.

에녹은 도대체 어떠한 인물이었기에 하나님께 그런 평가를 받은 것일까요? 물론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내놓기가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구약에서 에녹에 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구약에서 에녹에 관한 유일한 정보는 창세기 5장 24절에서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히.히트할레크)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는 짤막한 구절뿐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구절을 자세히 보면 우리에게 에녹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추가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였다”하는 표현을 위해서 소위 히브리어 동사체계의 ‘히트팔렐’ 형태의 동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를 위해서는 히브리어로 “하녹[=에녹] 할라크 임 하엘로힘”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고 비교적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대신 성경은 “바 이트할라크 하녹 에트 하엘로힘”이라고 기록함으로써 독특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성경은 이 표현을 통하여 우리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주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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