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받으면 함께 봉사하는 선순환 섬김 시스템
목사들, 인건비도 받지 않고 이웃교회 건축 지원

▲ 국내 유일무이 예배당을 짓는 목회자들의 모임 ‘작당’(作堂) 회원들. 인건비 한 푼 받지 않고 돈이 없어 교회 수리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자립 못한 교회들을 돕는 목회자들이다.

충남지방회엔 남다른 자랑거리 ‘작당’이 있다. 이름만 들으면 ‘떼를 지어 일을 꾀하는’ 작당 모의가 떠오르는데, 그런 작당이 아니다. 이들은 국내 유일무이 예배당을 짓는 목회자들의 모임 ‘작당’(作堂)이다.

목회자들이 일주일, 열흘씩 구슬땀을 흘리며 작은교회 내부 인테리어를 싹 바꿔준다. 특별한 점은 모두 인건비 한 푼 받지 않고 무보수로 섬김다는 점이다. 이들이 돕는 교회는 돈이 없어 교회 수리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자립 못한 교회들이다.

‘작당’ 대장 채종석 목사(채산교회)는 말했다. “돈 받고 하는 일이면 오히려 못하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잘하는데 작은교회에 도움이 된다니깐 기쁘게 섬기는 겁니다.”

▲ '작당'모임 목회자들이 장하교회에서 실내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

▲ 벽면 공사

달란트 활용해 이웃교회 리모델링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날 충남 부여 장암면의 농촌마을 장하리를 찾아갔다. 한산한 논길을 지나 장하리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왁자지껄 소란스러웠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던 날 충남 부여 장암면의 농촌마을 장하리를 찾아갔다. 한산한 논길을 지나 장하리에 들어서자 입구부터 왁자지껄 소란스러웠다.

옛 건물을 헐고 새로 건축한 장하교회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장하교회는 외부 공사를 마치고 내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기총 소리가 요란한 소음을 내며 쉴새없이 ‘팡팡’ 벽면을 강타했다. 구조물이 보이던 교회 벽면은 순식간에 마감재로 마무리되어 깔끔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10여 명 남짓한 중년 남성들이 공사에 열중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공사현장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서 작업복 입고 공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충남지방회 소속 목회자들이었다. 항상 깔끔하게 양복 차려입은 모습만 봤던 목사들이 작업복 입고, 머리에 연필도 꽂고 비지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이 생소했지만, 그들에게 활력이 넘쳐났다.

‘작당’ 솜씨로 새단장한 장하교회
이제 장하리에는 마을입구로 들어서는 길목에 흉측하게 서 있었다던 교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교회건물이 낡은데다 관리가 안 된 상태로 방치되어 동네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했다던 교회는 같은 자리에 다시 새롭게 세워졌다. 장하리의 유일한 교회인 ‘장하성결교회’다.

 

▲ 천장공사
이 교회는 원래 타교단 교회로 강제경매에 넘겨졌으나 남산교회(김정태 목사)가 낙찰 받고, 이용순 전도사를 담임교역자로 청빙해 ‘성결교회’로 다시 세웠다. 이때 충남지방회와 협력해 무너진 사택을 건축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김 목사는 지원을 계속하며 성전을 새롭게 건축했고, ‘작당’에 내부공사 지원을 요청해 목회자들이 장하교회에서 한창 공사 중이었다.

김정태 목사는 “당시 교회가 신천지에 낙찰될 상황이라 교회를 이단에 넘겨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단 경매에 참여해 내가 낙찰을 받았다”면서 “이후로 피땀으로 교회를 세워가고 있는데, 지방회 목사님들이 이렇게 와서 도움주니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당' 나날이 실력도 합도 늘어

작당팀은 장하교회 공사기간은 열흘로 잡았지만 나흘만에 초스피드로 끝냈다., 손발이 잘 맞아들어간데다 기술이 발전하고 첫날 아침 7시부터 매일 쉴새없이  부지런히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천장팀, 벽면팀, 바닥팀, 강단팀으로 나눠 각자 맡은 영역을 커버하고 강단 인테리어와 몰딩 담당 등 특화된 영역까지 진짜 전문팀처럼 일사분란하게 일을 진행했다.

▲ ‘작당’대장 채종석 목사와 박현선 사모(채산교회)

교회수리 봉사는 채산교회 채종석 목사와 박현선 사모가 2015년 성남교회 인테리어를 도와주면서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박 사모가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맡고 손재주 있는 채 목사가 공사를 맡아 하는 소소한 활동이었지만 결과가 좋다보니 소문이 금새 퍼져나갔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생겨났고, 2017년 천동교회(최광섭 목사) 리모델링을 계기로 활동과 모임이 크게 확대됐다. 부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역에 지방회 목회자들이 가세하면서 이때 ‘작당’이 구성된 것이다.

재건축 같은 리모델링으로 실력 인증
목사들이 짬 내서 하는 봉사가 ‘교회 수리’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재건축과 같은 리모델링을 하고, 결과까지 좋으니 이들이 다녀간 작은교회마다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작당’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목사들이 이런 변화를 겪고, 고마운 마음에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광섭 목사는 “예배당이 새로워지니깐 장로님과 성도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교회에 활력이 생겨나 너무나 감사하고 기뻤다”면서 “우리교회가 느낀 그런 회복을 다른 교회에도 주고 싶어서 나도 이렇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종석 목사는 “사역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섬김으로 교회가 바뀌고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이것 또한 목회이고 선교라는 생각에 성도들에게 동의를 얻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면서 “일단 리모델링 수리를 한 교회 목사님들은 모두 봉사자가 되어 다른 교회를 섬기는데 함께하고 있다. 처음보다 나날이 실력이 늘어나고 장비도 좋아지고 손발도 맞아 들어가니 일 할 맛이 절로 난다.”고 말했다.
표성환 목사(채운교회)는 “힘든 일로 생각하지 않고 기쁨으로 섬긴다”면서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 완성해 놓고 그렇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 아침 7시부터 공사를 시작해 한나절 땀흘린 후 맛있게 점심을 먹는 '작당'모임.


작당이 나서면 10명 인건비 절약 뚝딱
‘작당’이 한번 나서면 견적 2,000만 원짜리 공사도 재료값 400만 원으로 끝내는 기적을 맛볼 수 있다. 목회자 10명이 장비 풀세트와서 일하면 하루 일당 150만 원~200만 원은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벽면 담당 팀장 김정무 목사(상월교회)는 “우리가 잠깐 와서 수고해주면 이 교회는 1,000만 원 이상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면서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도움을 정말 얼마나 원하는지 말로 표현을 못한다. 내가 작은교회에서 섬기다 보니 그 마음을 안다”고 말했다.

갈수록 장비도 좋아지고 실력도 늘어나니 작당의 활약 무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충남지방회에 교회 건축 붐이 일어난 듯하다. 2017년 천동교회 수리 후 2018년 장평교회에 집중했는데, 올해는 금강교회를 시작으로 교회 수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월교회와 장하교회 공사를 마무리 한 상태이고 7월 소양교회에 이어 8월에는 러시아신학교 내부 인테리어 봉사에도 작당 일부 대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9월 온암교회, 11월 벧엘교회가 예약되어 있다. 목회하면서 진행하기에는 벅찬 일정이지만 꼭 필요한 곳들만 선정해 봉사하다보니 짬을 내 수고하는 것이다.

 

▲ '작당'팀이 실력을 볼 수 있는 장하교회 내부 공사 완공 사진. 아무것도 없던 텅빈 공간이 예배당으로 변신했다.

희망이 필요한 교회 섬기는 ‘작당’
그렇다고 ‘작당’이 아무 교회나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공사가 가능한 교회는 신청을 받지 않는다. 이들의 실력을 눈여겨보고 수고비를 지불한테니 공사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이들은 ‘작은교회를 돕는다’는 초심을 지키고 있다.
지역 목회자들이 이렇게 수고하니 주변 동료‧선후배 목회자들도 앞다퉈 격려방문하며 간식이 끊이지 않게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작당 사역현장에서 주변교회 목회자들이 간식을 양손에 들고 방문해 격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장하교회 공사현장에도 오전에는 설광동 목사(은산교회)가 격려하며 간식비를 전하고, 오후에는 강석전 목사(장암교회)가 아이스커피와 치킨 등 간식을 제공했다. 잡담도 없이 일에만 열중하다가 누군가 격려 방문할때나 잠시 숨돌리는 모습이었다. 무임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기엔 너무 열심이었다.
작당은 비전이 있다. 교회는 낡았는데 가난해서 공사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작은교회에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채종석 목사는 “30~40년 된 시골교회들이 수리비 2,000만원이라면 못하는데 자재비만 대라면 성도들이 힘 모아서 300~400만 원 만들더라”면서 “그럼 우리가 리모델링 할 수 있어다. 이런 의미있는 사역 은퇴할 때까지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작당’에는 현재 총 11명의 봉사자가 참여하고 있다. 대장 채종석 목사와 박현선 사모가 가장 기술이 많이 필요한 강단과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천정팀은 표성환 목사(채운교회)와 윤영수 목사(병촌교회), 벽면팀은 김정무 목사(상월교회)가 주도하고, 이희복 전도사(채산교회)가 몰딩 마무리를 전담하고 있다. 바닥팀은 임병철 목사(금강교회)를 비롯해 최광섭 목사(천동교회), 최태항 목사(장평교회), 엄원용 목사(소양교회), 유재환 목사 등 봉사자들과 협력하며 사역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