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기뻐하셨던 에녹②

이성훈 목사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서 사용된 ‘히트팔렐’동사 형태인 ‘동행하였다’(히.히트할라크)는 ‘상호적인’(Reciprocal) 관계적 특성의 표현입니다.

즉 한쪽에서의 일방적인 의미가 아닌 ‘서로 서로’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사용된 것입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함께 걸었습니다만, 하나님 역시 에녹과 함께 걸으셨음을 보여 주기 위함인 것입니다. 

‘동행하였다’는 동일한 표현이 창세기 6장 9절에서 노아에게도 사용되었습니다. 노아가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창세기 6장 22절에 따르면 노아는 하나님이 명하신대로 순종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에녹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에녹이 살던 시대는 도덕과 윤리는 파괴되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불순종의 시대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땅바닥에 버려졌을 법한 그 시대에 에녹은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에녹은 이것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을 ‘므두셀라’라고 하였습니다. ‘므두셀라’란 ‘죽다’란 의미의 ‘므두’와 ‘던진다’라는 의미의 ‘셀라’가 합쳐진 합성어로서 ‘므두셀라의 죽음’과 ‘하나님의 보내심’이 합쳐져서 그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비록 정확하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알 수 없어도 분명한 것은 ‘므두셀라의 죽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무엇인가를 보내심’의 사건이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므두셀라는 969세를 살았는데 그가 사는 동안 아들 라멕을 187세에 낳았고 라멕은 182세에 노아를 낳았습니다. 므두셀라가 969세를 향수하였다고 하니, 므두셀라가 죽던 해는 므두셀라의 손자인 노아의 나이가 600세 되던 해입니다.

홍수의 심판이 노아가 600세 되었을 때 일어난 사건(창 7:6)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하나님이 보내신다는 것은 홍수였음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므두셀라’라고 이름을 지으면서까지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려고 했던 에녹의 충정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교회학교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하늘 집에 사셨고 땅에는 에녹이 살았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에녹과 노는 것이 너무 신났고 행복했습니다. 해만 뜨면 하나님은 에녹의 집에 오셔서 “에녹아 내가 왔다. 나랑 놀자”라고 할 정도로 에녹과 함께 하는 것을 기뻐하셨습니다.

에녹 역시 늘 기다렸다가 반갑게 나가 맞이하며 하나님의 손을 잡고 어떤 날은 산으로 어떤 날은 바다로 나갔다가 해가 지면 하나님이 에녹을 데려다 주곤 했습니다. 이 일은 300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멀리갔다가 해가 져도 돌아올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멀리 와버린 것입니다.

이 때 하나님이 말합니다. “에녹아 그냥 우리 집으로 가자”라는 말에 에녹은 하나님을 따라서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꽤 지났는데도 왠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구약에서 에녹을 위한 기록은 오직 하나인데, “하나님과 동행하였다”는 것 뿐입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 우리는 가지라고 하였습니다. 그 분과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의 포인트는 ‘그 분께 붙어 있음’, ‘그 분과 동행함’입니다. 그래야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놓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열매 맺음’에 관심이 집중된 나머지 ‘그 분과 동행함’을 놓치고 간과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분과 함께함’을 농도 짙게 경험하다가 하늘나라로 간 에녹의 삶! 이 땅에 살면서 항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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