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의 진모 보여주심에 감사”

신윤진 목사
목사님 내외분을 뵌 지 9개월을 넘어섰습니다. 저희가 신성교회에 부임한지도 9개월이 된 것이지요. 부임 전 교우들과 장로님들 그리고 원로목사님 내외분은 어떤 분들일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9개월간 교회와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눈물겨운 감사였습니다.

저희는 취임한 다음 날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심지어 목사님께서 외치시던 나무 강대상조차 크리스탈로 바꾸는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저 같이 소심쟁이라면 불쾌하고 괘씸하단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목사님은 오히려 행복해 하셨고 일면식도 없는 저희의 부임을 예수님의 뜻이라며 언제나 후임 자랑을 서슴지 않으셨습니다.

목사님은 우리 신성교회를 개척하시고 지난 37년 동안 온 정성과 열정으로 헌신하시며 크게 부흥시키셨습니다. 교회 구석구석 목사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목사님의 눈물이 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목사님은 한결같이 은퇴자로서의 선을 철저히 지키시며 매일 교회와 후임을 위한 기도와 경건 생활로 큰 도전과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십니다. 하루 찬송 10장, 기도 2시간, 성경 10장 읽기와 독서훈련을 새벽부터 오전 11시까지 매일 하시는 목사님의 경건생활은 정말 부족한 제가 따를 수 없는 경지입니다.

▲ 신성교회 신윤진 담임목사(사진 왼쪽)과 이동원 원로목사가 함께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5월 13, 14일 목사님 내외분과  행복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횡성에서 열린 전국 목회자 축구대회에 참가한 우리 지방회 선수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 후 속초로 넘어가 1박을 하고 다음날 인제 교회기도원 부지를 들렀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습니다. 먼 길이지만 저는 목사님께 목회 노하우를 전수받는 특별과외를 받을 욕심으로 출발했습니다.

차 안에서 목사님은 내내 흥겨운 은퇴 후 소회를 풀어주셨고 사모님과 재미난 목회 후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톡톡 튀는 목사님의 위트는 차안을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수많은 목회미담과 후임에 대한 흡족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하셨지요.

특히 속초에서의 아침은 참 행복했습니다. 평소 즐겨 찾으시던 식당이라며 저희에게 맛있는 아침을 사 주셨지요. 식후 모닝커피를 마시며 신성교회에서의 은혜로웠던 지난 세월을 살짝 풀어주셨고 저희가 누군가에게 선입견을 가질까봐 성도들 면면을 거론치 않으시는 절제된 지혜와 선(線)을 보이셨습니다. 신 목사 목회이기에 직접 경험하며 알아가야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목사님, 저는 평소 목사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많습니다. 목사님은 새벽예배 때 좀 늦게 들어오시고 주일예배는 1부 이른 시간 본당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4층 자모실에 불을 끄고 성도들 눈에 띄지 않으시며 예배가 끝나기 전에 먼저 자취를 감추십니다. 수요예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교역자 회의 때도 참석치 않는 유일한 이유로 후임 목사가 당신 때문에 빛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을 뒷전으로 밀어뜨린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목사님은 “다 내려놓았다. 오직 교회와 후임목사가 잘 되는게 유일한 소망”이라고 하셨습니다.

목사님, 이제 뒤에 숨지 않으셔도 됩니다. 굳이 예배시간에 늦게 오시고 일찍 나가시며 맨 뒷자리를 찾는 눈치를 안 보셔도 됩니다. 교회와 저를 배려하시는 마음을 우리 신성의 모든 가족들에게 들키셨으니까요.

인천시기독교총연합회장을 역임하시고 오늘의 신성교회를 일구신 열정과 원칙의 목사님. 목사님을 뵐 때마다 흔들림 없이 외길만을 가시고 이제 내려놓음의 진모를 보여주심에 큰 감동과 감사가 끊이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뛰어난들 어찌 목사님의 큰 품 절반이나 따르겠습니까? 목사님을 뵈며 훗날 저 역시 목사님 같은 아름다운 은퇴의 모범을 따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